'그들만의 잔치'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전면 재검토 필요

2015-04-23 18:00

조충훈 순천시장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회 순천만세계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에 참석,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순천시]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전남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가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역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역의 문화적 인프라에도 도움이 안 되는 등 도리어 '혈세 구멍'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순천시는 오는 5월 22~ 28일 순천만과 조례호수공원 일원에서 제3회 동물영화제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행사에는 6억원의 시예산이 투입된다.

'동물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축제다.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엄선한 다양한 장르의 동물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동물영화제라는 이름은 거창하나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등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순천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는 지난 15일 이번 동물영화제 업무보고에서 영화제의 방만한 예산편성과 실효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지난해 동물영화제 예산은 모두 6억이다. 이 가운데 인건비가 1억9240만원으로 지출됐다. 문제는 일주일 영화제를 위해 사무국 직원들의 급여를 평균 8개월 동안 지급해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올해는 이들 사무국 직원들의 급여를 연봉차원으로 인상, 편성해 비판을 사고 있다.

올해 영화제 예산은 6억원 중 인건비만 2억2600여만원을 책정했다. 운영본부장과 집행위원장은 12개월, 서울 사무실 운영비로 3600만원을 책정했다. 인건비와 운영비가 영화제 전체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물론 홍보대사 섭외와 영화제 준비를 위해 오랜 시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부 인건비 지출은 불가피하지만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6억원의 예산을 지출하면서 프로그램비로 겨우 6%만을 집행하는 반면 인건비와 운영비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특정인을 위한 행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내년 행사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들만의 잔치로 지역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올해로 3회째 영화제가 열리게 되지만 정작 지역민 상당수는 이 영화제의 성격과 개최 일정 등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경제위원회는 "전국 최초라고 강조해 거창한 것 같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없다"면서 "문화생태도시 순천이 동물영화제하고 무슨 연관이 있으며, 정작 시민 상당수가 영화제가 열리는지 모르는 이런 행사는 억지스런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국제라는 거창한 수식어로 꾸미기 보다는 지역문화와 괴리감을 좁히려는 시도 등을 통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시의회 지적에 따라 올해 영화제 예산 편성 등을 전면 보완할 것"이라면서 "그들만의 잔치가 안 되도록 올해 영화제는 지역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