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외국인 관광객 또는 유학생에게 무료로 제공되던 영국의 의료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됐다고 BBC 등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부터 국민건강보험(NHS)의 재정난을 이유로 이 같은 정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이외 시민은 영국에서 6개월 이상 머무는 비자를 신청할 때 일정액의 ‘건강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 등에서 유학 비자를 받거나 주재원 근무를 위해 영국비자를 신청한 경우가 해당한다. 주재원 등은 1년에 200파운드(약 32만원), 학생은 150파운드(약 24만원)를 각각 내야 한다.

또 정부는 비자 없이 유럽연합(EU) 이외 지역에서 온 방문객은 영국의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 진료수가의 150%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1차 진료나 응급실 진료는 이전처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만약 비자 없는 외국인 여성이 영국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2000파운드(약 320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은 NSH의 무료 의료서비스 제공을 노린 이른바 ‘의료 관광’을 억제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조치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이민자, 관광객, 외국인 거주자 등이 이용하면서 발생한 NHS 비용 5억 파운드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영국 정부의 계산이다.

병원 측은 환자의 여권이나 비자, 또는 거주증을 확인해 무료 서비스 대상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모든 환자들은 새로운 진료를 받을때마다 영국 거주여부에 대해 질문을 받을 수 있으며, 영국 거주자 확인용 서류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영국 의학협회의 마크 포터 박사는 “의사의 의무는 국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앞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한 싱크탱크는 일간 인디펜던트에 건강부담금 부과로 영국 전체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불법 이민자들이 신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병원 진료를 피하거나 가난한 이민자들이 병원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시민단체들은 임신과 관련한 진료는 유상 서비스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환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등에 대해 동요가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