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쿠거' 박해미 "여자도 뜨거운 욕망이 있는데 숨길 필요가 있나요?"

2015-04-13 16:27
젊은 남자 찾아다니는 중년 여성 3인방의 뒷담화 유쾌 상쾌 통쾌~

[뮤지컬 '쿠거' 박해미./사진=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남자나 여자나 뭐가 달라요. 젊은 여자를 만나는 나이 든 남자는 그냥 '남자'라고 부르지만 젊은 남자를 만나는 나이 든 여자는 '쿠거'라고 부르잖아요. 하지만, 그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고 사랑의 문제인 거죠. 이 작품은 여자도 뜨거운 욕망이 있고 그것을 숨기지 말라고 얘기해요."

  뮤지컬 '쿠거'에서 릴리역의 배우 박해미(51)는 "이번 공연은 중년들이 수다를 떨면서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멋진 사랑방이 될 것"이라며 "속 시원한 유쾌, 통쾌, 상쾌한 공연을 약속한다"고 했다.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40∼5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뮤지컬 '쿠거'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2012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으로 2년 동안 300회 이상 장기공연을 전회 매진시킨 공연이다. '발칙한 언니들의 섹시한 뮤지컬, 여자들을 위한 진짜 이야기' 라는 부제를 달고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한다.

 '쿠거'(Cougar)는 북미지역에서 '퓨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쿠거의 습성에 빗대 젊은 남자를 찾아다니는 나이 든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다.

박해미는 "많은 여성이 좋아도 좋은 척 안 하고 내숭을 떨며 자기 본능을 숨긴 채 살아간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감춘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행복은 가슴 속에 있다고 하잖아요. 내 안에 숨겨진 본능, 두려움을 다 드러내고 마음속 외침을 듣고 이겨내라는 얘기예요."

 박해미가 맡은 릴리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새로운 사랑을 통해 자신의 숨은 욕망과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여성이다.  이혼의 아픔을 겪고 나서 9살 연하의 남편과 재혼한 박해미에게 '릴리'는 "남 같지 않은 역할"이다.  '릴리'가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스물다섯살이나 어린 연인 '벅'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박해미는 자신의 이야기 같아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제가 예전에 남편에게 했던 말이 그대로 대사에 나왔어요. 저는 아이가 있었고, 남편은 스물세살이었어요. 저는 '지금은 너를 위해 살아야 할 시기'라며 가라고 했죠. 저와 사는 순간 희생해야 한다고요. 작품과 다른 점은 '벅'은 갔지만, 남편은 끝까지 버텼다는 거죠."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진주 같은 중년 여배우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 배우들이 많이 부각되는 시대에 노련한 중년 여배우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같은 중년 배우들이 무대에 많이 서야 중년의 관객들도 와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번 무대에서는 뮤지컬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 김선경과 번갈아 릴리로 변신한다.  직업, 성격, 외모 모두 다른 3명의 중년 여자들이 사랑은 절대 나이 들지 않음을 증명한다.  200석 소극장 공연으로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고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공연은 7월 26일까지. 관람료 전석 6만원.
 

[중년 여성 3명의 인생 이야기를 노골적이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는 뮤지컬 쿠거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