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현금 확보 주력…인천 토지 잇따라 매각

2015-04-13 14:00
인천 서구 석남동 8개 필지 288억원에 매각
부채비율 상승·영업손실 증가에 자산 처분

2010~2014년 한진중공업 부채비율 추이.[자료=한진중공업 사업보고서]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지난해 1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진중공업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13일 한진중공업의 자율공시 자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인천 서구 석남동 소재 토지 8개 필지와 건물을 총 288억원에 매각했거나 매각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7일 143억원을 받고 석남동 655-2번지 외 5개 필지를 코리아우드인터내셔널 등에 팔았다.

이달 15일에는 석남동 642-28‧29번지 2개 필지를 145억원에 넘기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성신목재 등과 체결한다.

한진중공업 인천사업소와 인접한 이들 토지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선친인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 재임 당시부터 보유하고 있던 토지들이다.

한진중공업이 올 들어 공격적인 자산 매각에 나선 것은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부채총계는 4조8972억원, 자본총계는 1조573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311%였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값의 백분율로, 이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오름세를 보이던 부채비율은 2013년 결국 300%대를 넘어섰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부채총계가 전년에 비해 1472억원(2.92%)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자본총계 역시 659억원(4.02%) 줄면서 부채비율이 오히려 상승했다.

특히 1년 이내에 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5340억원에서 4893억원으로 447억원(8.37%) 감소한 반면, 상환 기한이 1년이 넘는 장기차입금은 7935억원에서 1조4448억원으로 6513억원(82.08%) 증가했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은 소폭 줄어 한숨을 돌렸지만, 수년 뒤 갚아야 할 빚은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얘기다.
 

2010~2014년 한진중공업 손익 추이.[자료=한진중공업 사업보고서]


차입경영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의 영업실적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450억원으로 전년 696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불어났다.

해당 기간 매출액은 2조5293억원에서 2조5203억원으로 90억원(0.36%)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902억원에서 2998억원으로 1096억원(57.62%) 늘었다.

한진중공업은 이 같이 저조한 실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단기적 영업수익성 개선 전망이 어둡다는 전망에 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되기도 했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지난 2일 한진중공업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에서 하향 조정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전문위원은 “한진중공업은 재무구조개선계획 이행에도 불구하고 실적 저하와 금융비용 부담 등의 영향으로 순차입금 감소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고, 유상증자 규모를 상회하는 당기순손실 발생으로 자본 완충력이 감소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측은 자산 매각은 장기적인 사업자금 마련의 일환일 뿐,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000억여원을 모두 갚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서 매각을 서두르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어차피 회사에서 쓰는 땅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미리 자금을 만들어 놓는다는 차원에서 적정한 구매자가 나타나면 적정한 가격에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석남동 토지를 비롯한 전국 주요 유형 자산의 추가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매각 계획이 잡혀 있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