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입찰 표방한 서울메트로, 2000억원대 전동차 구매 업체 자격 논란

2015-04-12 13:11
낙찰자 로윈·다원시스 컨소의 완성차 실적 및 경영상태 문제 제기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입찰 결과를 놓고 업계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운행 중인 2호선 전동차.[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명철·이소현 기자 =지난해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후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 방안’이 전동차 입찰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제입찰로 추진한 2호선 전동차 구매에서 낙찰된 국내 중소기업 자격에 대한 자격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입찰은 사실상 유일한 국내 철도 차량 제작사 현대로템이 아닌 중소기업을 택하며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하지만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구조조정 중인 해당 업체가 완성차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찰을 추진했다며 안전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입찰 결과를 놓고 업계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운행 중인 2호선 전동차.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실적 없는데 국제입찰 선정” 업계 반발

지난달 20일 서울메트로는 2호선 전동차 200량 구매 최종 낙찰자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낙찰가격은 량당 약 10억5000만원으로 총 2096억원이다. 이 입찰에는 로윈 컨소시엄 외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이 참여했다.

앞서 서울메트로는 지난해말 전동차 구매를 국제입찰을 통해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로템이 독점하던 입찰에서 철도차량 제작사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철도 선진국인 유럽 국가 수준의 안전·편의설비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윈 컨소시엄이 낙찰되자마자 업계에서는 로윈의 완성차 실적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로윈은 화물열차와 전동차 부품을 주로 만들던 업체로 현재 개통이 지연 중인 월미은하레일 차량 제작사다.

업계는 2호선 전동차 제작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특히 이번 2호선 전동차 입찰에서 완성차 실적으로 인정된 7호선 역시 완성차가 아닌 부품 납품이었다는 주장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2010년 발주한 7호선 연장선 신규 전동차의 물품납품 실적증명서를 보면 로윈은 완성차가 아닌 차체·대차·인버터·제동·컴퓨터장치 5개 부품을 납품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7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자체로 완성차 제작에 나서겠다고 한 것으로, 로윈은 부품 공급사였는데 이번 2호선 입찰에서는 완성차 실적으로 분류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7호선 연장선 철도차량의 경우 잦은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로윈이 유지보수와 시험기 교육훈련, A/S 등을 하지 않아 계약 불이행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로부터지난해 7월1일~11월30일까지 부정당업체 제제를 받기도 했다. 앞서 2013년 4월 12일에는 코레일 60량 입찰시 허위문서를 제출한 혐의로 1년간 부정당업체 제제를 받았다.

로윈의 재무·경영상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로윈은 지난해 5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후 구조조정 중인 회사로 입찰 당시 직원이 30여명에 불과하고, 경북 김천시 생산공장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자본총계는 2012년 -172억원, 2013년 -370억원으로 자본잠식상태고,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수치인 이자보상배수도 2011년부터 마이너스다. 기업 신용조사 및 평가 전문업체 크레탑 보고서에 따르면 로윈의 신용등급은 채무불이행 위험 요소가 있는 CCC로 평가됐다.

이런 지적에도 서울메트로가 로윈 컨소시엄을 낙찰한 것은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한 또 다른 특혜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특히 1차 입찰공고에 포함됐던 ‘제작공장 방문조사’가 2차에서는 삭제돼 로윈측에 유리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후 전동차 교체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노조·부품업체, 안팎에서도 문제 제기 나서

서울지하철 노동조합과 철도부품 공급업체도 낙찰업체 자격 문제를 문제 삼고 있다. 노조는 로윈의 제작 능력, 철도부품 공급업체는 중국산 등 해외부품 사용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로윈이 제작해 7호선에 납품·운영 중인 SR전동차는 불량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SR전동차는 고장률과 운행률이 객관적인 수치로 여러 번 확인됐다”며 “납품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SR전동차 시리즈 보완 조치를 위해 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조만간 800량 정도를 발주해야 하는 데 로윈처럼 납품한 전동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업체를 선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메트로노동조합 군자검수지부가 ‘서울메트로는 세월호인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로윈에 대한 품질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을 노조 게시판에 게재했다가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철도부품업체 모임인 한국철도차량공업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메트로 본사 앞에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에 대한 중국부품 사용 의혹, 전동차 제작 능력에 대한 재검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주요 부품을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제동장치도 해외제품을 사용할 것이란 의구심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협회는 “국내 철도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 업체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다시 중국산 부품을 들여오는 것이 중국산 전동차를 수입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국내 기업을 허수아비로 세워놓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현대로템은 로윈 컨소시엄의 낙찰 이후 같은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달청과 다원시스-로윈 물품구매계약 체결 등 후속절차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완성차 납품 실적이 없는데도 낙찰돼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이달말 가처분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