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미국인 거친 운전습관 '한인 때문?'

2015-04-05 05:41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와 버지니아 북부, 그리고 메릴랜드 등을 일컬어 워싱턴지역이라고 부른다.

일터는 워싱턴DC에 있지만 거주지역은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 두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워싱턴DC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워싱턴DC의 경우 주차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은 역시 자동차의 나라. 안 막히면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1시간을 훌쩍 넘겨도 기어코 차를 끌고 나가는 이들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심한 도로정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오죽하면 일정 구간은 2사람 이상 탑승하지 않은 차량은 진입할 수 없도록 한 도로까지 있는 형편이다.

어느 곳이든, 한 나라의 수도나 대도시의 교통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로가 소화할 수 있는 차량의 수는 한정돼 있는데 급속하게 늘어나는 차량은 정체로 이어져 운전자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기 일쑤다.

그런데, 가뜩이나 막히는 도로사정 때문에 짜증이 나는 운전자들을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게 있다.

바로 일부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습관이다.

몇년 전 워싱턴지역의 한 언론사가 워싱턴DC, 버지니아, 메릴랜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세 곳 중 가장 운전습관이 가장 좋은 곳, 그리고 가장 최악인 곳을 꼽으라는 질문에 워싱턴DC 운전자가 가장 최악이고, 버지니아 운전자의 운전습관이 그나마 가장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워싱턴DC 내 운전자의 상당수가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서 온 만큼, 단순히 워싱턴DC에서 거주하는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이 나쁘다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버지니아에서 얌전하던 운전자가 워싱턴DC의 좁은 도로에 넘쳐나는 차량들을 보고 나쁘게 변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운전중 문자 전송이나 셀폰 사용에 대해 47%가 도로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차선을 너무 느리게 바꾸는 운전자와 바짝 따라붙는 운전자라고 답한 응답자는 11%였다.

이밖에도 깜박이, 즉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행위(9%),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가로막는 행위(8%)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또한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마자 경적을 울리는 행위, 과속 운전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4%를 차지했다.

좌회전 차선이 없는 도로, 교차로 일단 정지 지점에서 회전하는 행위가 각각 2%로 나타났다.

가만히 보면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나쁜 운전습관의 유형 가운데 많은 부분은 이미 한국에서 많이 보아왔던 것들이다.

어찌보면 교통지옥이라고도 불리는 서울 등 한국 내 대도시에서 이미 겪었던 터라 한인들에게는 워싱턴DC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이 친숙해보일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 어떤 한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워싱턴지역 미국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습관은 모두 한인들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 예전에는 워싱턴지역 미국인들의 음전습관은 무척 여유롭고 예의바른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지역에 한인 인구가 늘기 시작하면서, 한인들이 한국에서 보여줬던 '못된' 운전을 미국에서까지 하는 바람에 미국인들마저도 그렇게 물이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미국인들이 양보도 잘하는 것은 물론 양보를 받으면 손을 들어 뒷차 운전자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에티켓이었지만, 무뚝묵하고 성질 급한 한인 운전자들이 미국식 운전예절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미국인들조차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은 그런 모습들이 사라지게 됐다는게 요지였다.

이런 이야기가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한인 때문에 미국인의 운전습관이 망가졌다는 이야기는 과히 듣기 좋은 건 아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순간 운전자는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도로의 무법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도로에서의 예의는 어찌보면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운전하는 곳이 서울이 되었건, 미국의 수도 워싱턴DC가 되었건 일반교통법규 및 규정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킨다면 안전확보는 물론 운전 중 느낄 수 있는 짜증도 한결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