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은행권 … 저금리 실적 악화 불구 “일자리 늘려라 금리 내려라”
2015-04-02 15:35
◆저금리 수익 악화에 구조조정 불가피
저금기 기조 장기화 등으로 수익 개선이 시급한 은행들이 선택한 것은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인터넷거래 등 비대면거래 증가로 꾸준히 점포수를 줄여온 은행들로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노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3200명을 내보낸 이후 5년 만에 다시 꺼내든 카드다. 이번에는 1000명 안팎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자들에게 최대 60개월치 급여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650여명을 내보냈다. 전 직원 4240명의 15%에 해당되는 규모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월 270여명의 희망퇴직자들에게 18~20개월치 급여를 지급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월 희망퇴직자들에게 잔여 정년과 직급별로 평균임금의 24~37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주고 예년의 두배 가량인 310명을 떠나보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역시 지난해 200여명의 희망퇴직자가 짐을 쌌다. 우리은행도 희망퇴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점포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비대면거래의 증가와 실적 악화로 긴축 재정을 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을 닫은 국내 은행 영업점은 268곳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은행 점포수는 2009년 이후 5년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압박에 채용확대 약속했지만…눈 앞 '캄캄'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최근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리기로 했다. 신한·국민·우리·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채용규모는 3000여명으로 전년(1750여명)보다 1200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의 이같은 결정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지만 정부의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권은 당초 전년 수준으로 채용규모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권 일자리 창출’을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채용규모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주문이 있은 지 꼭 2주만에 신규채용 확대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4대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바뀌면서 정부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며 “경영 방침과 상관없이 정부의 눈치 때문에 억지 춘향식으로 일자리 확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섰던 은행들이 막상 신규채용을 늘린다고는 했지만 향후 경영 불안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책금융 확대에 금리 인하 압박 … 은행권 '진퇴양난'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고,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등 저금리의 정책 금융상품을 선보이면서 은행에 대한 대출금리 추가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낮은 금리의 정책금융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다른 주택대출 상품의 금리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행 일선 지점에는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된 금융소비자들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대출금리를 내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2% 중반대지만 은행권의 자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1~3.4%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정책금융상품이 출시되면서 기존 대출이나 신규 대출의 금리를 내려달라는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실적은 최악의 상황인데 일자리를 늘리라는 정부의 압박에 금리를 내려달라는 요구까지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땀만 빼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