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옥철 9호선 분산효과 얼마나? 가양에서 여의도까지 8663번 버스 타보니

2015-03-31 15:07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개통 이후 승객 분산책으로 8663번 버스 무료전환 운영
시는 2000명 이상 분산 이용 기대...하루 700여명 이용으로 기대 못미쳐

31일 당산역 9번 출구 인근 8663번 버스의 승강장에 사람들이 줄을서서 기다리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지옥철 9호선에 비하면 8663 버스는 ‘천국’에 가까웠다. 

서울시가 지난 28일 지하철 9호선 2단계 개통 후 혼잡도 완화를 위해 무료로 운영중인 8663번 버스를 31일 타봤다. 이날 오전 7시 지하철 9호선의 종합운동장 방면 열차 혼잡도는 육안으로 봐도 200%가 훌쩍 넘었다. 개화방면 역시 혼잡도는 100%를 훨씬 넘겼다. 혼잡도가 200%면 정원의 두배가 탔다는 뜻이다. 

이날 오전 7시 10분께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승강장에서는 대체버스가 운영된다는 안내방송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역내에는 8663번 버스의 운행을 알려주는 안내문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기회비용을 지불한 승객들은 안내방송이나 안내문구를 보도고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시계를 들여다보며 열차를 기다릴 뿐이었다.

지하철 역 입구로 올라와보면 좀 전의 상황과 다른 광경이 보였다.

지하철의 답답함 대신 헐렁한 속내를 보이는 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가양역 10번 출구에는 시 공무원들이 나와 대체버스의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탑승을 권유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전단지를 받은 채 대부분 지하철로 내려갔다. 가양역 10번 출구 바로 앞에는 출발을 준비하는 8663번 버스 외에도 가양과 여의도를 직행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무료로 운행되고 있었다.

7시 15분께 8663번 버스는 10명 남짓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 5분 뒤 버스 역시 마찬가지로 자리를 듬성듬성 남긴 채 출발했다.

버스에 탄 직장인 한모씨(34·남)는 “직장이 여의도라서 무료 이전에도 계속 탑승했다”며 “직행 버스가 무료로 운행되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출근 전용 버스의 무료전환이 익숙하지 않은지 시민들은 연신 카드단말기에 카드를 접근시키려 했다. 그때마다 버스기사는 무료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버스의 소요시간은 시에서 홍보한 30분을 크게 웃돌지 않았다. 가양역을 출발한 버스는 12분이 걸려 염창역에 도착했다. 염창역에서는 자리가 꽉 찰정도로 승객이 늘었다. 이후 염창역을 출발한 버스는 8분만에 당산역에 도착했다. 버스의 승객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10분 뒤 종점인 여의도역에 도착했다.
 

31일 아침 출근시간인 7시50분께 8663번 버스는 당산에서 여의도를 출발하는 구간에서 빈 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박성준 기자]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누구나 앉아 갈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8663번 버스를 이용한 신모씨(33 여)는 “9호선이 빠르긴 하지만 여자의 경우 신체적인 위험 때문에 타기 힘들다”라며 “혼잡도로 인한 사람들의 압력이 너무 거세 뼈가 부러지는 것 같았다”고 버스를 탄 이유를 설명했다.

시는 인력을 동원해 버스의 무료전환 홍보 및 버스승강장의 위치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대체버스의 탑승인원까지 수요조사가 병행되고 있었다.

이날 버스는 총 18대가 순환하며 승객을 이동시켰다. 시는 전날 8663버스의 이용승객을 701명으로 발표했다. 이는 목표이용객 2000여명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대체버스의 이용 승객은 전주 대비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무료전환과 홍보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여의도역 이후 구간의 버스 운영과 대체버스의 운영대수 조절에 관해서는 아직 시행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요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