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 지금이 골든타임-②] 한국사회 고질병 '노동시장 양극화'가 청년실업 키운다
2015-03-29 18:00
기업,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 부담으로 비정규직 채용 늘려
청년, '양질의 일자리' 얻기 위해 취업준비생 신분 택해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노동시장 구조개선 목소리 커져
청년, '양질의 일자리' 얻기 위해 취업준비생 신분 택해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노동시장 구조개선 목소리 커져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규직 vs 비정규직', '대기업 vs 중소기업', '계속직 vs 임시직', '고용안정 vs 고용불안', '고임금 vs 저임금' 등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노동시장 양극화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이 같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 한다면 청년실업 50만명 시대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기업은 연공서열 임금체계 안에서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부담 탓에 정규직 채용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취업을 원하는 청년 대부분은 고학력인데다 대기업 정규직 취업을 원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격차 해소와 중소기업의 노동환경 개선, 연공서열 임금체계 개혁 등이 사회적 대타협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 한국사회 고질병, 노동시장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임금 격차로만 따져도 양극화는 뚜렷할 뿐더러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각각 359만8000원, 204만원이었다. 10년 전인 238만원, 142만3000원에서 각각 121만8000원, 61만7000원 늘어난 것이다.
이를 월평균 상대임금 격차로 따져보면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을 100원이라고 가정할 때 2004년에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59.8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6.7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만2311원, 7179원에서 2만397원, 1만1424원으로 올랐는데 이 역시 대기업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을 100원으로 봤을때 중소기업 근로자의 시간당 상대임금은 58.3원에서 56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다.
중소기업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은 78.1원에서 68.4원으로, 대기업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은 73.8원에서 66.1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도 41.6원에서 40.7원으로 낮아졌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복지수혜율 격차도 심각하다.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복지수혜율은 대부분 항목에서 90%를 넘어선 데 비해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복지수혜율은 국민연금 35.9%, 건강보험 42.5%, 고용보험 41.7%, 퇴직금 37.6%, 상여금 38.1%, 시간외수당 22.3%, 유급휴가 29.6%에 그쳤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사업체 규모에 따른 차별에다 근로형태에 따른 차별까지 가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책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 실업자 50만명 육박…'세대 간 일자리 갈등' 심화
청년 고용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청년 실업자수는 48만4000명으로 2001년 3월(49만9000명) 이후 최대다.
청년실업률 역시 11.1%를 기록해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 7월 11.5%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청년층 고용은 감소하고 중·장년층 취업은 확대되는 '이상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취업자는 2559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53만3000명 증가했다. 이는 2002년 59만7000명 이후 최대 수치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고용 상황은 나무랄 데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됐던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취업자수 증가를 연령 계층별로 살펴보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 1년 전보다 각각 23만9000명, 20만명 증가했다. 반면 15∼29세 청년층은 7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30대는 오히려 2만1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가 50~60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 노동시장 구조개선으로 청년 고용문제 해결
노동시장 구조개혁으로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은 연공서열 성격이 짙은 임금체계 안에 있는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부담 때문에 신규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 위주로 채용을 늘린다.
하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고학력이고 대기업 정규직 취업을 원한다. 현재 고용시장에서 제공되고 있는 일자리와 청년들과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에 '청년 백수'를 양산하고 있다.
기업이 고용을 늘려도 청년들은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 중 상당수는 임시·일용직이고 대부분 중장년층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격차가 심하다보니, 대기업 정규직 취업을 위한 취업재수, 휴학, 졸업유예 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