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심상챦은 중국의 사드배치 반대분위기

2015-03-25 10:59
한반도 사드배치 100% 중국겨냥으로 여겨, 한중관계 훼손가능성 경고음도

사드 요격미사일 발사모습.[사진=인터넷캡쳐]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16일 중국의 차관보급 인사인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가 한국을 방문해 "미국과 한국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라며, 중국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이 나온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이 내정간섭을 하려 한다며 거센 반중여론이 일어났다. 과거 청나라 위안스카이(袁世凱)가 23세의 나이에 '총감'이라는 직함으로 조선으로 건너와, 구한말 우리나라를 쥐락펴락했었던 돌이키기 싫은 기억도 불러일으켰다.

이어 21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측은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내 거센 반중여론을 의식했고, 한국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입을 앞두고 자제를 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양국의 갈등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사드를 둘러싼 문제는 언제든 다시 첨예한 외교갈등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반도 사드배치는 중국이 동북아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2015년 봄 우리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방어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처지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고, 슬기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드의 구성요소로, 왼쪽과 가운데 차량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이며, 오른쪽 차량은 X밴드 레이더.[사진=인터넷캡쳐]



◆사드 탐지범위 산시성까지 미쳐

사드배치는 우리나라에도 핫이슈지만, 중국사회에서도 핫이슈이긴 마찬가지다. 사드는 크게 'X밴드 레이더'라고 불리는 탐지범위 1800km의 레이더 'AN/TPY-2'와 사거리 200km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돼 있다. 1800km이내의 적국 미사일기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탐지해 내, 거리 200km 이내에서 미사일을 요격해 낸다. 요격은 높이 40~150km 사이의 '고고도'에서 이뤄진다. 레이더 탐지거리 1800km는 중국 동부연안지역은 물론이고 산시(山西)성, 허난(河南)성, 허베이(河北)성, 안후이(安徽)성 등까지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유사시 중국 산시(山西)성 미사일기지에서 한국의 미군기지를 타깃으로 한 미사일이 발사된다면, 사드가 이를 탐지해내 중국의 미사일을 요격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중국이 한국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니, 중국으로서는 상대적인 대미억지력 약화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동북아에서 대미억지력 약화는 중국의 '핵심이익 훼손'에 해당한다. 때문에 중국은 사드와 관련해 "어떤 국가가 자신의 안보를 추구할 때 반드시 다른 나라의 안보와 지역의 평화, 안전,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공식입장을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 사드배치의 목적이 북한의 미사일 억지력에 있는 만큼, 레이더를 북한쪽으로 고정시켜 놓고, 레이더 탐지범위를 1000km 내외로 줄이는 식의 중재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향후 미군이 레이더 탐지거리를 제원대로 1800km로 늘리고, 레이더 방향을 중국쪽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중국이 문제삼고 있는 탐지거리 1800km의 X밴드레이더 모습. [사진=인터넷캡쳐]



◆"사드 북한겨냥? 대포로 파리잡는 격"

중국의 언론과 학자들은 사드가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데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추이즈잉(崔志鷹) 퉁지(同濟)대학 한반도연구실 주임은 "한반도 사드배치는 미국이 중국의 문 앞에 관측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동부연해지역 전체는 사드 레이더 감시망에 포함돼, 중국의 군사정보가 뚜렷하게 포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의 실제목표이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 사드배치에 대한 입장을 강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드가 결코 북한의 미사일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한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사평론가 왕젠(王建)은 "사드의 전략적 임무는 1800km 거리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라며 "멀어봐야 600km 남짓 거리에서 발사되는 북한의 미사일을 사드로 대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포로 파리를 잡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쑤샤오후이(蘇曉暉)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 북핵문제는 그리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한반도 사드배치의 의도는 명백히 중국과 러시아에 있다"고 평가했다.

차오웨이둥(曹衛東) 중국해군군사학술연구소 연구원 역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단거리미사일 혹은 장사정포로 충분하다"며 "사드가 한국군의 방어능력에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바뎬쥔(巴殿君) 지린(吉林)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은 러시아를 겨냥해 유럽에서의 MD(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서둘렀으며, 이제는 중국을 겨냥해 동북아시아에서 MD를 완성해가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바이두캡쳐]


◆"한국이 모든 댓가 치르게 될 것"

사드배치가 한중관계의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도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군사전문가 쑹샤오쥔(宋曉軍)은 "백번양보해 사드가 북한 미사일만을 겨냥하고 있다고 해도, 사드배치는 미국의 아시아지역 MD확대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한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다면, 한중 양국이 과연 '전략적협력동반자'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제문제연구소의 양시위(楊希雨) 연구원은 "한반도 사드배치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일본 등에 전략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한중관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사과학원의 두원룽(杜文龍) 연구원은 "사드가 도입된다면 실제로 한국이 미국의 MD에 편입된다는 뜻이기에 미국에는 이득이겠지만, 그로인한 일체의 대가와 타격은 한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주변국들에게 위협을 주는 행위는 한국에도 불리하며, 한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슬기로운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쉬광위(徐光裕) 인민해방군 소장은 "한국에도 사드에 대한 여론이 두가지로 갈리는 만큼 한국에 중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