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조타수 "선장의 승객 퇴선명령 듣지 못했다"

2015-03-24 14:48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1일째인 지난해 4월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 유속이 빨라지며 수색작업이 잠시 중단됐다.[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세월호 조타수가 이준석 선장의 승객 퇴선 지시를 듣거나 보지를 못했다고 진술했다. 2등 항해사에게 무전으로 퇴선을 명령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과 상반된 진술이다.

선장의 승객 퇴선 지시 여부는 살인 유·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쟁점이 되고 있는 만큼 조타수의 진술이 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과 청해진해운에 대한 항소심 4회 공판에서 조타수 박모씨는 이 선장의 승객 퇴선 명령 목격 여부에 대한 검찰의 신문에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선장 이씨, 1등 항해사 강모(43)씨와 2등 항해사 김모(47)씨는 지난 3회 공판에서 퇴선명령이 존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1심 법정에서 일부 승무원의 퇴선 명령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책임회피를 하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던 박씨는 이날 선장의 퇴선 명령을 못 들었다고 거듭 진술하면서 "안 했다는 게 아니고 못 들었다는 얘기"라고 한발 물러섰다.

선장의 승객 퇴선 지시 여부는 살인 유·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쟁점이 되고 있다. 1심에서는 선장이 퇴선 지시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타실에 있던 승무원들조차도 "선장이 승객 퇴선 방송을 지시했다"는 주장과 "듣지 못했다"는 진술로 엇갈리고 있다.

다른 승무원과 달리 퇴선 명령이 없었다고 진술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퇴선 명령이 있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듣고 나서 교도소에서 잠자리에 들며 내가 듣고도 안들었다고 말했나 여러 번 생각했지만 들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 "당시 조타실 내 소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며 "VHF(무선시스템)를 잡고 있다 구명뗏목을 터뜨리기 위해 조타실 밖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비상배치표에 따른 임무(구명뗏목) 수행을 위해 나간 것이지 선장의 퇴선명령을 듣고 조타실 밖으로 향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조리부 승무원 2명이 추락해서 다친 것을 보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책임으로 살인 유죄 판결을 받은 기관장 측 변호사가 기관부 승무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 5회 공판에서 재판을 마치고 같은달 28일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