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실신시대, 헬리콥터부모들에게…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학장 강희상
2015-03-20 08:35
퇴사한 이유를 묻자 “부모님이 그만두라.”고 했단다.
이유인즉, “주6일 근무에 야근도 자주 하는 힘든 회사에 더 이상 자식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졸업생 본인은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회사의 분위기도 좋고 기술도 배우고 싶어 계속 다니려고 했으나 부모님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퇴사를 결심했단다.
도대체 언제까지 부모의 그늘에서 살도록 할 작정인지 걱정이 앞선다.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까지 졸업한 20대 중반의 아들을 아직도 유치원생 보듯 하며 자기 자식만은 야근도 없고 일도 편하면서 연봉이 많은 직장에 다녀야 한다니 그런 직장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이다. 출장에서 돌아오는데 사무실이 시끄러웠다.
학생의 아버지가 찾아와 학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내용인즉 밤새 게임에 빠져 강의시간에 매일 잠을 자던 학생을 보다 못해 지도교수가 꾸중을 하자 “아들 기를 죽인다.”며 찾아와 난동에 가까운 소란을 피운 것이다.
25세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나이다. 더구나 전문대를 졸업하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자 재입학한 것인데 왜곡된 사랑으로 홀로 설 기회를 부모가 빼앗아버린 것이다.
동물들은 새끼가 스스로 먹이를 찾고 자립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양육하고 가차 없이 결별한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참된 부모의 사랑이다.
우리 대학은 뿌리산업분야부터 고도의 첨단기술까지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학생 15명 내외의 소그룹지도를 통해 실무 능력이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전담제를 통해 교수별 10개 이상의 기업을 관리하며 맞춤형 인재를 공급한다.
작년부터는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여 학생들이 학습근로자로 채용되어 지속적인 기술교육을 받으며 기업의 핵심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대기업을 일군 최고 경영자들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숱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고 자립한 결과다.
통계청이 2월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4.6%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은 12.5%, 15∼29세 청년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후유증이 심각하던 1999년 7월(11.5%) 이후 가장 높다.
요즘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곧바로 백수로 전락하는 슬픈 세대들이다.
실업과 신용불량의 앞 글자를 따 ‘청년실신시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취업을 못한 학생들이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신시대’에 부모들이 헬리콥터처럼 주변을 맴돌수록 자녀가 스스로 설 시간은 늦어진다.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며 자립심과 인내심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밝히는 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