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 눈치에 주문량 하락까지…한숨 늘어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2015-03-19 15:13
원청업체·바이어 '리스크 관리' 돌입 VS 통일부 '기다려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 본 개성공단 전경[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 "무작정 기다리라는 정부나 무대포로 나오는 북한도 문제지만 가장 무서운 건 원청업체의 마음이 돌아서는 겁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북측의 일방적인 임금인상 통보로 불거진 개성공단 사태가 좀처럼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피해 발생까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은 지난 18일 개성공단을 찾아 북한 지도총국과 면담을 가졌다. 대표단은 북측의 잇단 일방적 조치에 우려를 전달하고 당국한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공식 건의문 접수를 거부했다. 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 사실상의 대화 창구나 협상 여지는 닫혀버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북한의 임금 인상 요구를 기업들이 수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사업이 일정 기간 중지될 경우까지 대비해 경협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개성공단 문제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남·북의 인식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입주업체들만 속이 탄다. 

개성공단 내 한 의류업체 대표는 "패션·의류 부문 생산제품은 시즌에 맞춰 그때 그때 생산하는 '반응생산' 체제다. 지금쯤이면 하절기 상품에 대한 주문이 들어와야 하는데 주문량이 현저히 줄었다.  예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리오더가 아예 없는 업체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 중 약 70%가 섬유·봉제업체다. 이 중 80~85% 가량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이어 "2013년 가동 중단 사태 당시에 타격을 입었던 신뢰도를 지난해 한·중 FTA 체결, 교황방문과 시스브로 출시 등으로 그나마 복구했는데, 현재로서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1조 1566억원이었다. 하지만 해당 59개 기업에 지급된 보험금은 15% 수준에 1761억원에 불과했다. 보험금 지급 시 기업의 자산 소유권이 정부에 넘어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아선 재작년과 같은 '제2의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며 "원청업체나 바이어들은 생산 물량을 북쪽에 쌓아두지 말고 남쪽으로 가져오라고 주문한다.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하면 '야적(野積)'이라도 하라고 한다. 혹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이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관련 문제 해결과 정책 입안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개성공단의 실질적 운영자인 기업들은 남북 양측의 합의나 의견수렴 과정에서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통일부를 비롯해 관계 당사자들이 기업들의 입장에서 현실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