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으로 힘든 서민' 전세금 대출 유혹에 '보이스 피싱 1회용 인출책으로 전락'
2015-03-19 08:43
전세 대란에 떠밀린 서민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 자기도 모른채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고 피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김 대리 일당에 속아 보이스피싱 인출책 역할을 하게 된 이들은 5명이 더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불과 보름여만에 피해자 27명으로부터 10억8900여만원을 뜯어낸 사기단은 이런 수법으로 피해액의 80%가 넘는 8억9천여만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송금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으로 대포통장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 사기범들이 단번에 최대한 많은 돈을 뜯어내려고 새로운 인출 방법을 고안해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자동인출기(ATM) 1일 출금한도가 6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포통장 한 개로 낼 수 있는 '매출'은 600만원으로 제한되기에 예전에는 수천만원을 뜯어도 대포통장 한 개당 600만원씩 나눠서 송금시켜야 했다.
하지만 창구에서 계좌 명의자가 직접 돈을 인출하게 하면 ATM 출금한도와 출금횟수 제한, 지연인출제도 등 보호장치가 모두 무력화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 방식대로 돈을 인출하려 했다면 피해금 10억8천900여만원 중 1억원도 제대로 빼내지 못했을 테고, 애초 이렇게 짧은 시간에 11억원 가까이 가로채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결국 과욕으로 인해 덜미가 잡혔다.
김 대리가 속한 조직은 지난달 13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강동구에 사는 A(70·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으니 돈을 국가정보원 안전계좌에 보관해야 한다"고 속였다.
감쪽같이 속은 A씨는 4500만원을 송금했고, 이에 신이 난 사기범들은 아예 직접 A씨 집에 찾아가 2억8천만원을 더 뜯어냈다.
하지만 이들은 돈을 더 챙기려는 욕심에 A씨를 다시 용산으로 불러냈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김 대리는 실상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하부 조직원인 중국동포 한모(23)씨로 밝혀졌다. 지난해 입국한 한씨는 역시 중국동포인 정모(24)씨, 서모(24)씨와 함께 송금책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한씨 등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