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 압박에 숨죽인 경제단체” 기업 불만 가중
2015-03-18 16:34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사정당국의 전 방위적인 기업 수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임금인상과 고용확대에 대한 정부의 요구에 대해 “못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오랜만에 대표단체로서 할 말을 하는 듯 보였으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로 흐르자 곧바로 목소리를 낮춘 데 대해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경제 5단체 공동으로 발표하려고 했던 임금인상 반대 성명도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가 빠지는 바람에 무산되면서 경제단체간 의견 조율도 이뤄내지 못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6일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6.3%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불과 이틀여 만에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다면 지난해 수준 이상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들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아쉽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혼자서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기 때문에 경제단체 회원으로 가입한 것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경제단체는 정부와 기업간 대화를 연결해줘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경제단체들이 정부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들로서도 할 말은 많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무작정 반대만 외치는 과거와 같은 대응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고려해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당장은 회원사들의 불만이 있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경제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정부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5단체장 오찬 간담회에 이어 16일에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상의 회장단 간담회, 17일 임환수 국세청장과 대한상의 간담회에 이어 18일 상공의 날을 맞아 행사장에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와 상의 회장단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전경련도 이날 오전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규제개혁 간담회를 진행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이외에도 실무진 차원에서 비공식적인 만남을 지속해 정부에 기업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정당국의 기업 수사는 거침없이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18일 국고 손실 논란을 빚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 관련 의혹 수사의 일환으로 서울 경남기업 본사와 울산 한국석유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한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자택 등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남기업과 석유공사 등이 참여한 한국컨소시엄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러시아 캄차카 석유 광구 탐사에 30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이렇다 할 실익을 거두지 못하게 된 과정과 연관된 비리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검찰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난 2010년 경남기업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사업 지분을 비싼 값에 매입해 116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지분을 삼성물산과 현대컨소시엄에 저가로 매각해 회사에 총 932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들어갔다.
재계는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첩보만을 갖고 무차별적으로 진행중인 사정당국의 수사가 계속될 경우 기업 이미지 타격에 따른 사업 위축은 물론, 결국은 국가 경제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알려진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경우 2011년 잠시 헛소문으로 떠돌았고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당국의 수사의 배경에는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분간은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개별기업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경제단체들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무분별한 수사의 자제는 촉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