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4천만원 넘어도 건보료 한푼도 안낸 피부양자 4827명

2015-03-10 17:49
감사원 "피부양자 소득기준 불합리탓에 재정 악화"
"소득 500만원 이하 776가구, 증가소득 이상으로 보험료 올라"

[사진=인터넷]



아주경제 주진 기자 =소득이 4000만원을 넘어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돼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 등 건강보험 운영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6∼7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 공단 등 4개 기관을 대상으로 사회보험 운영실태를 감사한 결과 지난 2012년 소득금액 총액이 4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자 4827명이 피부양자로 분류돼 한푼의 보험료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

감사원은 지난 2012년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 264만명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이 파악됐다고 10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피부양자를 인정하는 소득기준은 '소득금액 총액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복지부는 근로소득·이자소득·연금소득 각각 4천만원 이하 등 '소득종류별 기준'만으로 기준을 정한데서 이 같은 불합리함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보료를 내지 않은 피부양자 A씨의 경우 지난 2012년 근로소득이 3311만원, 연금소득 3698만원, 이자소득 2168만원으로 총 9177만원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각각의 소득이 4000만원 이하라는 이유로 피부양자로 분류됐다.

A씨의 소득금액 총액은 지역가입자중 상위 12.4%에 해당되는데도 제도의 허점으로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았던 셈이다.

감사원은 "피부양자의 소득기준을 '소득금액 총액 4000만원 이하'로 바꿀 경우 연간 152억원 상당의 보험료 수입 증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보험료 부과체계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소득이 5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초과로 증가한 가구중 소득증가액 대비 보험료 증가율이 100% 이상인 가구가 776세대에 이르고, 50% 이상 증가한 가구는 2996가구, 30% 이상 증가한 가구는 7548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소득이 491만원이던 B씨의 경우 2012년 소득이 501만원으로 불과 10만원 늘어났지만, 연 보험료는 24만5860원에서 79만8530원으로 55만원 이상이 증가했다. 소득증가액 대비 보험료 증가율이 550%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례인 셈이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저소득층 지원을 목적으로 지역가입자의 세대별 연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보험료 산정방식을 차등운영하는데, 연소득 500만원 이하에서 소득이 증가해 500만원을 초과하게 된 경우 보험료가 급격히 늘어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일정유예 기간에 보험료 증가액 비율의 상한 등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감사원 감사 결과는 최근 정부가 백지화 논란을 빚었다 재추진하기로 한 건보료 부과체계의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또한 건보공단이 지역가입자 보유 재산에 대한 보험료를 산정할 때 행정자치부가 보유한 취득세 과세자료, 국토교통부가 보유한 토지분할·합병자료, 전·월세 확정일자 신고자료를 활용하지 않아 20만1918가구에 대한 보험료 404억원이 부과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가 신고기한이 지난 뒤 고용사실을 신고해 연차가 변경된 경우 전년도 보수총액을 제출받아 고용·산재보험료를 산정해야 하지만 이를 제출받지 않아 보험료 부과를 누락, 2013년 이후 3만4558명의 보험료 32억원을 걷지 못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7월 기준 1000만원 이상 보험료를 체납하고 100만원 이상 조달계약을 맺은 3097개 사업자 점검 결과 2983개 사업자가 보유한 조달계약 대금 채권 1131억원 상당에 대한 체납 처분을 하지 않아 이를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부정수급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장애인이 없는 13만6000세대에 보험료 18억원을 경감해주는가하면, 건보 적용대상이 아닌 426명에게 2억원 상당의 장애인 보장구를 지원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