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 피습] 경동맥 가까스로 비껴가...경찰 수사결과 발표 "4분만에 이뤄진 범행"…
2015-03-05 17:46
"김기종, 행사 관계자에게 이름표 받고 자연스럽게 행사 참석"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조찬 행사에서 진보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씨(55)에게 피습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흉기가 목쪽 경동맥을 1~2㎝ 차이로 비껴가면서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졌다. 그는 얼굴에 길이 11㎝, 깊이 3㎝의 상처를 입었지만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김씨가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하는 데는 불과 1~2초 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 자택과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2시간30분 동안 수술…"성공적으로 마쳐"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1차 치료를 받은 뒤 CT 촬영 등을 하고 오전 9시 40분께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리퍼트 대사는 이송차량에서 내리면서 괜찮으냐고 묻는 미국 당국자에게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I'm OK, I'm OK. Hey, guy, Don't Worry)"는 말을 두 번 반복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리퍼트 대사는 유대현 성형외과 교수와 최윤락 정형외과 교수의 집도로 오전 10시부터 12시30분까지 수술을 받았다.
정남식 연세대학교 의료원장은 "얼굴상처는 오른쪽 광대뼈에서 아래턱까지 길이 11㎝, 깊이 3㎝이며 다행히 안면 신경이나 침샘 부위 등 주요 손상은 없었다"면서 "얼굴은 80여 바늘을 꿰맸으며 얼굴 흉터와 손감각 이상 후유증이 앞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의 얼굴 봉합 수술을 담당한 유 교수는 "리퍼트 대사의 얼굴 상처는 불과 1∼2cm 차이를 두고 목 쪽의 경동맥을 빗겨나갔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또 "기능적인 후유증은 없을 것 같지만 흉터가 전혀 없는 것처럼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1∼2년이 지나면 희미해져서 눈으로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한 최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공격을 팔로 막는 과정에서 왼쪽 팔의 전완부 중간 부분에 새끼손가락에서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3cm가량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새끼손가락의 척골 신경과 엄지와 검지를 펼 때 쓰는 신경이 손상돼 봉합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힘줄 손상이 동반됐기 때문에 4주 이상 고정할 필요가 있지만 기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새끼손가락 쪽에 감각 저하가 예상되지만 6개월∼1년 정도 지나가면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 참가자 가장한 범인, 행사장 진입 후 4분만에 범행
경찰은 김씨 자택과 사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5시 15분께 미국대사 피습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김씨는 '현재 남북 화해 분위기를 가로막는 군사훈련에 대해 리퍼트 대사에게 항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은 4분만에 이뤄졌다. CCTV 확인결과 이날 리퍼트 대사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강의를 하기위해 오전 7시 33분경수행원과 세종홀 정문 출입구로 입장했다. 그 뒤를 이어 오전 7시 36분께 김씨가 입장했으며 7시 40분께 리퍼트 대사가 얼굴을 감싸안고 세종홀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확인됐다. 김씨는 행사 관계자가 달아준 이름표를 받고 어렵지 않게 세종홀 안으로 진입했다.
테이블에 착석해 있던 김씨는 행사가 시작되자 갑자기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 옆에 유인물을 내려놓은 직후 리퍼트 대사쪽으로 달려들어 그를 눕히고 1~2초동안 흉기를 수차례 휘둘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흉기에 얼굴과 손 등을 다쳐 피를 많이 흘렸고, 손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행사장 밖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김씨는 뒤쪽 테이블에 있던 미 대사관 경호팀과 민화협 관계자들,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등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김씨는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간 뒤에도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린 채 한동안 저항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화협은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테러"라며 "마크 리퍼트 주한 대사 테러 행위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민화협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시민문화연석회의에 초대장이 전해졌으나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1998년 민화협 창립초기에 가입한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가 현재 활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으로 소멸처리가 되지 않아 온라인으로 초청장이 발송된 것"이라며 "이 초대장 또한 김씨가 아닌 단체 앞으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영만 홍보위원장은 "김씨는 민화협에 어떤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관계자도 아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