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38) 관광·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구이린
2015-03-05 06:00
당나라 시인 한유가 광시(廣西)좡족자치구 구이린(桂林)의 산수(山水)를 노래한 시다.
구이린은 예로부터 산수로 먹고 사는 도시였다. 석회암지대가 융기 풍화작용을 받아서 형성된 풍광이 그림 같은 리장(漓江)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살아있는 산수화 같은 천하 절경을 자랑한다. 그야 말로 산은 푸르고(山靑), 물은 빼어나며(水秀), 동굴은 기이하고(洞奇), 바위는 아름답다(石美).
산수가 천하 제일이라는 뜻으로 “구이린산수갑천하(桂林山水甲天下)”는 말도 있다. 남송 시대 문인 왕정공(王正功)이 구이린을 찬사하며 남겼다. 마오쩌둥(毛澤東)과 함께 중국의 혁명을 주도했던 중국 전 외교부장 천이(陳毅)는 구이린의 풍경에 취해“신선도 되기 싫고 오직 구이린 사람이 되고파라(願做桂林人, 不願作神仙)”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산수로 유명한 구이린이 사실 중국 역사 속에서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구이린이란 이름은 이곳에 계수나무가 많아 9~10월 하얀 계수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하여 붙여졌다.
구이린은 과거 월 나라 땅이었다. 이후 중국 대륙을 통일한 진 나라 시황제가 정복을 하여 계림군에 편입시키고 도시를 세웠다. 당 나라 때 구이린엔 거대한 성벽이 세워지고 화려한 건물로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송 나라때는 광시 지역과 지금의 하이난(海南)까지 아우르는 지역의 행정수도로 역할을 했다. 명 나라가 세워진후에는 명 태조 주원장의 조카손자(질손) 정강왕(靖江王)이 다스렸다. 그가 세운 궁궐이 ‘구이린의 자금성’이라 불리는 정강왕성이다. 지금은 광시사범대의 캠퍼스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구이린은 광시 지역의 역사,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써 오랜 시간 동안 성도(城都)였지만 1949년부터는 난닝(南寧)에 자리를 내주었다.
사실 산수의 도시 구이린은 그 동안 자연보호에 힘쓰느라 지역 산업발전에 많은 재원을 투자하지 못했다.
구이린은 리장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실시했다. 70년대부터 인근 수십 개 환경오염기업을 폐쇄했다. 리장 주변 건축물은 7층 이상 높이 아파트나 12층 이상 호텔 빌딩은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구이린의 산업 현대화는 다른 인근 도시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구이린시 재정수입도 급감했다. 1978년 1억4900만 위안에 달했던 재정수입은 1981년 9300만 위안으로 쪼그라 들었다.
이제 구이린은 산수보호와 경제개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이린이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다. 항저우 역시 시후(西湖) 인근 지역을 보호하는 한편 2000년 들어서부터 첸장신청(錢江新城)과 같은 비즈니스 업무지역을 개발하며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2013년 기준 항저우 지역 GDP는 8383억5200만 위안에 달했다. 구이린시의 거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구이린도 항저우를 본받아 신 도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구이린시는 리장에서 11km 떨어진 린구이(臨桂)신구로 정부청사 등을 옮겼다. 이곳을 구이린의 비즈니스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구이린시는 현재 도심 면적도 2배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구이린의 지역 관광산업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중이다.
오늘날 구이린시 연간 관광객 수는 193만6500명, 관광수입은 53억8500만 위안에 달하고 있다. 관광객 1인당 구이린에 머무는 일수는 2.12일, 1인당 소비액은 2795.83위안으로 비교적 적다. 이에 따라 구이린은 리장 유람 등 단순한 관광모델에서 벗어나 선진 수준의 리조트와 레저 설비를 갖춰 더 많은 관광객이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 구이린을 거쳐가는 고속철도 잇달아 개통되며 구이린 관광·경제 발전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에는 구이양(구이저우)과 광저우(광둥성)를 잇는 857㎞ 길이의 구이광(貴廣) 고속철이 개통되면서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광둥(廣東)성 광저우, 광시자치구 난닝, 구이저우성 구이양은 모두 3시간 내 생활권이 됐다. 이에 앞서 2013년 12월엔 샹구이(湘桂,후난성-광시자치구) 고속철이 개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