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31)] 성리학고장·혁명성지·한류메카…각종 수식어 따라붙는 후난성 창사
2015-01-07 07:00
창사는 3000여년이나 되는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시다. 1970년대에는 한 나라때 남녀 시신과 부장품이 출토된 마왕퇴 묘가 발굴되면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장자제(張家界)를 가기 위해 들르는 도시로 잘 알려져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재지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반대파에 의해 저격을 당했던 곳, 지난 2005년 드라마 ‘대장금’을 중국 내에서 가장 먼저 수입해 방영한 이후 중국판 '아내의유혹', '아빠어디가', '나는가수다' 등을 잇달아 제작 방영한 후난위성TV가 소재한 한류 메카로 더 유명하다.
창사는 모래가 길게 분포되어 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창사가 소재한 후난성은 중국 남동부에 위치한 척박하고 빈곤한 땅이었다. 후난성을 기준으로 그 아래 지역인 광둥(廣東)·하이난(海南) 등은 과거 황제에게 버림받은 신하가 유배당한 곳이었다.
초 나라 굴원은 이곳에 유배돼 결국 비통함에 인근 멱라강(泪羅江)에 몸을 던졌다. 한 나라때 조정 대신의 비방으로 창사로 쫓겨난 가의(賈宜)는 자신의 처지를 굴원에 빗대 조굴원부(弔屈原賦)를 지었다. 당 나라 두보 역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벼슬직을 버리고 창사 일대를 떠돌다가 객사했다. 두보는 창사에서 '담주를 떠나며(發潭州, 담주는 창사 옛 명칭)'라는 작품을 남겼다.
창사는 중국 성리학의 고향이다. 창사시 후난대학에 위치한 악록서원(岳麓書院)은 송나라 시절인 976년 창건돼 주희(朱熹)가 강학을 했던 유서 깊은 곳으로 중국 4대 서원 중 하나다. 악록서원은 명나라 말부터 청나라 때까지 왕부지(王夫之), 위원(魏源), 증국번(曾國藩), 좌종당(左宗棠) 등 많은 선비와 애국지사를 길러냈다.
창사는 중국 초기 공산당 지도자를 배출한 혁명의 고장이기도 하다. 마오쩌둥을 비롯해 류샤오치(劉少奇), 펑더화이(彭德懷), 리리싼(李立三), 차이허썬(蔡和森) 등을 배출했다.
특히 마오쩌둥에게 창사는 특별했다. 마오가 태어난 곳은 후난성 사오산(韶山)이지만 창사는 그의 정치적 고향이었다. 마오쩌둥은 창사 제1사범대에서 수학하고 이후 창사 초·중학교 역사 교사로 근무했다. 첫 번째 아내 양카이후이(楊開慧)와 신혼살림을 꾸렸던 곳도 창사였다. 마오쩌둥이 1927년 9월 후난성 창사에서 농민들을 모아 봉기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곳이기도 하다. 창사는 마오에게 혁명 열정을 되새기게 한 곳이었던 셈이다. 훗날 문화대혁명 말기인 1974년 마오가 덩샤오핑의 복권을 결정한 ‘창사결책’ 역시 바로 이곳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신중국 설립후 창사는 중국 내륙지역에 위치한 탓에 개혁개방 이후 동부 연해지역에 비해 발전이 더뎠다. 창사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중국 당국이 중부내륙 지역 발전을 위한 '중부굴기'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과거 농업중심이었던 이곳이 변화를 맞게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중국 국무원에서 창사와 인근 도시인주저우(株州), 샹탄(湘潭)을 잇는 산업 클러스터의 건설계획을 승인했다. 이른 바 ‘창주탄(長株湘)’ 삼각 공업지구가 빠르게 성장하며 후난성은 중국 경기둔화 속에서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창주탄은 오는 2020년까지 인구 2400만명의 도시군으로 발전해 지역 경제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창사를 중국 중부내륙지역의 물류 소비중심으로 만들려는 계획도 한창 진행 중이다. 저장(浙江)성 이우(義烏)를 모델로 한 물류 비즈니스 허브 건설을 목표로 건설 중인 가오링(高嶺)국제상무성이 대표적이다.
내륙지역의 물류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교통 인프라도 속속 구축되고 있다. 창사는 현재 중국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최장 고속철 노선인 상하이(上海)~쿤밍(昆明) 선과 베이징(北京)~광저우(廣州)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오는 2017년엔 창사~홍콩도 3시간 30분 내 주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신(新)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 계획인 '일대일로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동부 연해지역과 중서부 내륙지역의 교차점에 위치한 창사의 향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