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르포-TK] “이젠 바꿔야제” vs “그래도 박근혜” 출렁이는 民心

2015-02-25 18:15
[朴정부 3년차 민심 풍항계] ①흔들리는 與 텃밭…‘묻지마 지지’ 철회 째깍째깍

대구 교통요지 ‘동대구역’ 파티마 삼거리 인근 칠성시장에도 불황이 들이닥쳤다. 불경기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손님 없이 상인만 시장을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24일 오후 칠성시장 모습. [사진=(대구)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주경제 (대구·경북)최신형 기자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 자존심? 그런 게 어디 있노…. 바꿔야제. 1번(새누리당) 믿고 까부는 정치인은 바꿔야제.”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대구 동대구로) 인근 칠성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박순례(68·여)씨가 24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보수진영의 본거지’ 대구·경북(TK)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박 대통령을 포함 총 5명(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의 최고 권력자를 배출한 대구·경북. 또한 박근혜 정부 3기 내각 인사 중 이 지역 인사만 무려 4명(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달한다.

하지만 서민·중산층의 불만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죽어가는 지역경제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만난 이들은 한목소리로 “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구·경북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수십 년째 전국 ‘꼴찌’인 데다, 도무지 살아나지 않는 지역 내수로 이 지역 민심은 ‘짙은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시민들은 정치 얘기만 꺼내면,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정치인들 꼴보기 싫어…4년 새 알바 절반 줄여”

모처럼 영상의 기온을 회복한 이날 오후 동대구역을 막 빠져나오자 곳곳에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역 바로 옆에선 오는 2016년 10월31일 완공 예정인 동대구역 고가교 개체 및 확장공사(도로길이 565m, 10차로·소공원 3개소)가 진행됐고, 파티마 삼거리로 가는 길 곳곳에선 재건축이 한창이었다. ‘개발 욕망’이 거리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24일 동대구역 인근에서 오는 2016년 10월31일 완공 예정인 동대구역 고가교 개체 및 확장공사(도로길이 565m, 10차로·소공원 3개소)가 진행되고 있다. 개발 욕망으로 점철된 대구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대구) 최신형 기자]


그 개발 욕망의 ‘속살’이 드러난 건 불과 몇 분 후였다. 칠성시장을 가는 동안 파티마병원 인근 상가 내 ‘공실’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 개발은 모든 이의 꿈이지만, 그 과정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철저히 구분됐다.

칠성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시장 상점 곳곳이 아예 문을 닫거나 새 주인을 기다렸다. 폐업한 문 앞에선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얘기를 나눴다.

얼마 전 귀향한 이봉환(63·남)씨는 “전국에서 대구 경기가 가장 안 좋다. 여긴 개발 자체가 더딘 곳”이라고 푸념하자 옆에 있던 한 남성이 “선거 때만 (우리에게) 관심이 있지,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 정치인들은 꼴도 보기 싫다”고 맞장구를 쳤다.

편의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부터 4년째 운영한 김석환(48·남)씨는 “서울 직장과 집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이곳으로 왔는데, 매년 경기가 안 좋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원래 8명의 알르바이트생를 뒀지만, 최근 4명으로 줄였다. 지금은 내가 직접 바코드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 지지 여부를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원래는 ‘묻지마’ 1번인데, 요즘은 좋은 인물이면 뽑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선 모르겠다”고 말했다.

◆朴, TK 지지율 ‘69%→44%%’ 추락
 

대구·경북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수십 년째 전국 ‘꼴찌’인 데다, 도무지 살아나지 않는 지역 내수로 이 지역 민심은 ‘짙은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사진=(대구) 최신형 기자 ]


대구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기활성화’였다. 실제 지난해 11월 공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우리나라의 지역 간 경제력 격차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1369만원(2012년 기준치로 2005년 불변가격 기준) 전국 꼴찌였다. 전국 평균(2253만원)의 60% 수준에 그친 셈이다.

1위는 같은 영남권인 울산(4606만원)이었고 △충남(3821만원) △전남(2999만원) △경북(2655만원) △서울(2525만원) △경남(2340만원) 등의 순이었다.

동대구역 인근에서 관광객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이상환(남·44)씨는 이와 관련해 “(정치권이 경제를 안 살리면) 다 떠날 끼다”라고 질타했다. 요즘은 정치 뉴스도 안 본다는 이씨는 새누리당 질문을 던지려 하자, 바쁘다고 말한 뒤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심상치 않은 대구·경북 민심은 여론조사 수치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44%로,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은 30%(부정평가는 62%)였다.

대구·경북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비판적으로 보는 비율은 53%로, 부정평가가 9%포인트 많았다. ‘모른다’고 답한 부동층은 4%였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의 1년 전(2014년 2월 둘째 주) 조사에선 박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은 55%, 대구·경북에선 69%를 각각 기록했다. 여권 텃밭에서 꼬박 1년 만에 25%포인트나 급락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도 같은 폭(25%포인트)만큼 하락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하락할지는 미지수다. 영천역(경북 영천시 금완로)에서 만난 50대 여성 한모씨는 이와 관련해 “누구를 믿겠노. 미워도 박(朴)이다. 박의 힘이란 이런 기야. 다른 정치인이라면, 택도 없다”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난해 말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등이 확산되는 등 박 대통령이 자기관리에 실패하면서 복합적인 원인이 터져 나온 상황”이라며 “다만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핵심 지지기반에서 지지층 결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25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난해 말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등이 확산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관리에 실패하면서 복합적인 원인이 터져 나온 상황”이라며 “다만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핵심 지지기반에서 지지층 결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영천) 최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