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국회 상임위 ‘바쁘다 바빠’…연말정산 분납·김영란법 통과 잰걸음
2015-02-23 17:26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23일 국회는 상임위별로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2월 임시국회를 열흘도 안 남긴 데다 오는 25일부터 사흘간은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어서 실질적인 상임위 활동은 이번주 초에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정희수)가 가장 발빠르게 성과를 냈다. 올해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더 내는 경우 3개월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지난해 귀속 연말정산 때 교육비·의료비·기부금 등의 특별공제제도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됨에 따라 추가 납부 세액이 10만원 넘게 증가할 경우 이를 나눠 내도록 했다. 분납은 다음 달 급여일부터 5월 급여일까지 이뤄진다.
앞서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위원장 강석훈)는 기재위 전체회의 직전에 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바로 상정, 일사천리로 법안을 처리했다.
이로 인해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이날 개정안은 ‘연말정산 세금폭탄 대란’에 대한 미봉책에 그친다며, 다음달 연말정산 관련 구체적인 통계가 나오면 정부가 추가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근로소득세 분납 기준인 10만원도 종합소득세(기준금액 1000만원)와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연말정산에 대한 정부의 검토안이 3월 중 나오면 국회 차원의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상민)는 적용범위를 놓고 논란이 한창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놓고 하루종일 씨름했다.
김영란법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를 거쳐 법사위로 넘어왔지만 규율대상이 공직자 외 사립학교교원과 언론인 등까지 포함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법사위에서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법사위는 2월 임시국회 회기내 김영란법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무위안을 놓고 찬반논란이 계속되자 이날 오후 공청회를 열어 학계 및 언론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무위안 고수를 주장한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5인의 참석자들은 법적용 대상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청회에 앞서 이상민 위원장은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의장을 릴레이로 만나 김영란법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는 “2월국회 내 처리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도 “일반 시민에게까지 파급효과가 너무 크거나 법률적 형식주의에 빠질 수 있는 부분 등은 최대한 조정돼야 한다”고 적용범위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무위에서 통과된 안대로 2월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김영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법사위 공청회가 끝나는대로 당 정무위원-법사위원 연석회의를 소집, 내부 입장 조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 위원장에게 여야 대표 등이 참여하는 8인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 의장은 김영란법에 대해 “법사위원장과 정무위원장, 여야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 8명이 모여서 위임을 받아 결정하고 따르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위원장)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지방재정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 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된 바 있다.
특히 안행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앞서 정부가 발표한 '개인정보 보호 정상화 대책' 후속조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기능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법정손해배상제 도입 △개인정보 국외 제공 기준 마련 등을 담고 있다.
조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미진하다"며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를 촉구하고 사고 발생을 예방하려는 것"이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 부족분 지원 근거가 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도 이날 안행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됐다.
지난해 말 여야 원내지도부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에 대해 지방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고 지방채 이자분은 정부가 우회지원키로 합의했다.
안행위 여당 위원들은 여야 합의에 따라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반면 안행위 야당 위원들은 이 개정안이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해 지방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세부 조율에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안행위는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안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행정자치부의 인상 요구가 있었지만, 야당이 서민증세라며 '절대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여당도 국민설득 작업을 전제로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