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제는 안전을 선물하세요

2015-02-23 14:57

[사진=조창래 군포소방서장]


조창래 군포소방서장

최근 드라마나 가요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1990년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 당시에 나왔던 음원, 그리고 영화 등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은 어린아이도 갖고 있는 스마트폰이지만, 그 당시에는 휴대폰을 가진 이보다 삐삐를 사용하는 이가 더 많았고, 그로 인해 공중전화박스 앞은 항상 만원임에도 기다림 속 얼굴에는 초조함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생각에 웃는 얼굴로 가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억은 아름답게 남는다는 말과 같이 우리의 1990년대에 대한 이미지는 많은 이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풋풋한 첫사랑처럼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기억 속에도 크고 굵은 사고들이 있었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붕괴, 충주 유람선화재, 삼풍백화점붕괴 등이 그 예이며, 이 사고들의 참혹함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고 새겨져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놀라운 속도의 발전을 거듭, 경제규모면에서 세계 10위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였고, 다방면에 걸쳐 생활수준과 의식이 성장하였건만, 안전의식만큼은 그다지 진척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마치 1990년대 데자뷰를 보듯 2014년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세월호 침몰사건, 고양터미널화재사고, 의정부 도시생활형 주택 화재사고, 최근 사당종합체육관 붕괴사고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원인 역시 당시와 비슷하게 ‘기본’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건사고 중 지난해 5월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하여 기술하여 보노라면 지하 1층 푸드코트 공사현장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새어나온 가스에 불꽃이 튀어 발화한 뒤 위쪽 천장에 옮아 확산됐다. 당시 유독성 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연기가 에스컬레이터 공간을 타고 지상 2층까지 급속히 퍼져 대규모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당시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에서 용접 등 화재위험이 높은 작업을 하면서도 소화기 등을 비치하거나 소방시설 설치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한 것이다.

이러한 화재를 예방하고 초기대응을 하기 위해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공포, 올해 1월 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내용으로는 인화성 물품을 취급하거나 불티를 발생시키는 화재 위험이 높은 공사를 할 경우에는 공사를 하기 전에 임시소방시설을 먼저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의무위반 시에는 조치명령을 할 수 있다.

「임시소방시설의 안전기준」에 따르면 공사장의 각 층에는 의무적으로 3단위 소화기 2대 이상을 비치해야 하며 화재위험 작업장은 3단위 소화기 2대와 대형 소화기를 비치해야 하며 공사장에는 소화기 외에 간이소화장치도 비치해야 한다.

비상경보장치는 화재위험작업 지점으로부터 5미터 이내, 케이블형태의 간이피난유도선은 광원점등방식으로 공사장의 출입구까지 피난방향을 할 수 있도록 설치하고 공사의 작업 중에는 상시 점등되도록 규정했으며 바닥으로부터 1m이하에 설치토록 했다.

이번 공사장에 대한 임시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는 골든타임을 확보는 물론 신속한 대피와 화재 초기진압에 큰 힘을 주고 이에 대한 준법의식은 앞으로 향후 20년 뒤에 또다시 같은 사고들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는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어느덧 민족대명절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설을 지나 새해도 3월을 향해 가고 있다. 설은 우리정서상 새해의 시작점이다. 오래간만에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만나 서로간의 덕담도 주고받고 화기애애한 이 기운을 내년까지 이끌어가려면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안전의식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이들인 가족과 친지들에게 올 한해 안전을 선물해 봄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