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원정 투쟁 나선 하이디스…사측 “공장폐쇄·특허권 사업 지속”
2015-02-12 14:14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해외 기술 유출로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우려되는 액정화면(TFT-LCD) 제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대만에서 모기업을 만났지만 사측은 공장폐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2일 하이디스에 따르면 노조 측은 이잉크사의 모기업인 영풍그룹에 공장폐쇄 철회와 경영정상화 등을 요구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대만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사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거둔 이익을 투자하면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다며 공장폐쇄 철회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공장은 폐쇄하고 특허권 사업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공장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은 이에 상응하는 투쟁 활동을 이어가면서 정부에 대책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상목 하이디스 노조 지회장은 “지난해 1000억 원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는데 공장이 폐쇄되고 정리해고 당할 이유가 없다”며 “직원들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지난해 제품 판매와 광시야각기술(FFS) 관련 특허 사용료 등으로 매출 1800억 원, 당기순이익 92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사측은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1차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신청을 받았으며 9일~13일까지 2차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다는 재공지를 띄웠지만 아직 신청자는 한 명도 없는 상태다.
이 지회장은 “2013년에도 대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당시 회사를 떠난 직원들 중 재취업에 성공한 비율이 낮고 현재 고용시장이 경직돼 있다”며 “무엇보다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데 직원들이 나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디스는 지난달 14일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의원 등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공장폐쇄와 정리해고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해 2001년 분사했으며 FFS를 보유한 LCD 제조업체다.
2002년 부도난 현대전자를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LCD사업부가 중국 ‘비오이’에 매각됐지만 비오이는 기술 자료를 유출한 채 하이디스를 부실기업으로 전락시켰다.
결국 회사는 2006년 부도 처리됐고 비오이가 남긴 채무 4000억 원 중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던 산업은행은 2007년 11월 대만 프라임뷰 컨소시엄(이잉크로 개명)에 하이디스를 2600억 원에 매각했다.
이잉크도 기술개발이나 설비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특허권을 대만 업체들과 공유하며 외부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생산을 진행해 하이디스의 매출은 줄고 생산시설은 노후화됐다.
두 번의 매각과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2000명에 달하던 하이디스의 직원은 현재 377명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