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회장 자살’ 하이디스 노조 “책임 인정하라”…사측 ‘묵묵부답’
2015-05-14 15:33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하이디스테크놀로지 노조의 전 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회사 측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14일 하이디스에 따르면 노조 측은 고 배재형(44) 전 지회장에 대한 책임을 묻고 유족에 대한 배상 책임을 요구하는 등 회사 측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연락이 끊긴 배씨는 전날 오후 4시 50분경 강원 설악산의 한 야영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측의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던 배씨는 2009년 9월부터 4년간 하이디스 2·3대 지회장을 맡았다.
배씨는 자필 유서를 통해 “자존심 하나로 살았는데 내 잘못으로 동지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며 가족과 지인에게는 미안하다는 내용을 남겼다.
이에 배씨의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은 지난 13일부터 전인수 사장을 만나기 위해 회사의 사장실을 찾아갔지만 전 사장은 이날까지 사장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울러 노조 측은 이날 오후 2시 특별 교섭을 할 것을 회사에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이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배 전 지회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철회할 것 △유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노조 측은 이날 오후 이천 공단 앞에서 집회를 열며 회사 측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주경제는 회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 사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해 2001년 분사했다.
2002년 부도난 현대전자를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LCD사업부가 중국 ‘비오이’에 매각됐으며 기술유출 이후 부실기업으로 전락했으며 2006년 대만 이잉크에 다시 매각됐다.
이잉크도 비오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기술개발이나 설비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특허권을 대만 업체들과 공유하며 외부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생산을 진행하면서 하이디스의 매출은 줄고 생산시설은 노후화됐다.
두 번의 매각과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2000명에 달하던 하이디스의 직원은 377명으로 줄었으며 최근 3차에 걸친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끝에 공장을 관리하는 일부 직원 수십 명만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