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본’ 하이디스, 기술유출 이어 정리해고 수순…‘제2의 쌍용차’ 우려(종합)

2015-01-14 14:55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과 하이디스테크놀로지 노조 관계자들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장폐쇄와 정리해고의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박현준 기자]



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 박막액정화면(TFT-LCD) 제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대만 업체가 기술유출에 이어 직원들의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우려된다.

14일 하이디스 노조와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공장폐쇄를 철회하고 정리해고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투자 없이 기술 유출 강행…영업이익 재투자해야”

하이디스의 모기업인 대만의 이잉크는 회사의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7일 이천공장을 폐쇄하고 380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정리해고 계획을 고용노동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특허권 사용료 등으로 꾸준히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 이잉크가 회사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목 하이디스 노조 지회장은 “2000명에 이르던 직원들은 비오이와 이잉크의 인수를 거치며 현재 380여명으로 줄었다”며 “더 이상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가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특허권 사용료 등으로 약 8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경영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인수 하이디스 부사장은 “지난해 실적은 내부작업과 회계법인의 감사, 이사회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공장폐쇄 결정이 났기 때문에 2월 초 정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 부사장은 “하이디스는 특허 관련 사업과 상품 매출 등 크게 2가지 사업을 진행한다”며 “회사 등기이사 분들이 공장을 가동했을 때 더 이상 실적이 없다고 판단해서 공장 관련 사업(상품 매출)만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이고 그 외에는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유망 LCD 제조업체서 부실기업 전락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해 2001년 현대전자로부터 분사했다.

당시 하이디스는 광시야각기술(FFS)을 보유한 촉망받는 LCD 제조업체로 꼽혔다.

하지만 2002년 부도난 현대전자를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LCD사업부가 중국 ‘비오이’에 매각됐다.

이후 비오이는 기술을 공유한다는 목적으로 양사의 전산망을 통합하며 라이센스 외에 4331건의 기술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하이디스는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낸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결국 회사는 2006년 부도 처리됐고 비오이가 남긴 채무 4000억 원 중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던 산업은행은 2007년 11월 대만 프라임뷰 컨소시엄(이잉크로 개명)에 하이디스를 2600억 원에 매각했다.

2년간의 법정관리 기간을 거쳐 새 주인을 찾았지만 이잉크는 비오이와 다른 방식으로 기술 유출 행보를 보였다.

기술개발이나 설비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은 채 특허권을 대만 업체들과 공유하며 외부 OEM(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생산을 진행했다.

이런 가운데 하이디스의 생산시설은 노후화됐고 매출도 줄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만 업체들이 특허권을 사용해 생산을 하다 보니 자연히 하이디스의 일감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하이디스의 기술을 빼내 매출을 올리고 회사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 먹튀 해외 자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두 번의 매각 과정과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2000명에 달하던 하이디스의 직원은 현재 377명으로 줄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