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삼정의 문란과 증세 없는 복지

2015-02-12 00:01

김동욱 기자[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7년간의 임진왜란을 치른 조선은 나라의 곳간이 텅 비어버렸다. 

임란을 고스란히 목도한 광해군은 조선의 조세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1547~1634)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신이 즉위하자마자 그를 영의정에 임명했다.

영의정이 된 뒤 이원익은 가장 먼저 임진왜란으로 인한 전쟁 복구에 힘쓰며 백성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김육이 건의한 대동법을 경기도지방에 실시했다.

전쟁으로 온 나라가 피폐해진 당시에도 부유층은 세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가난한 백성들이 막대한 세금을  짊어지게 됐는데 이를 완화하는 정책을 쓴 것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 삼정의 문란이 심해지면서 조선은 이름만 겨우 유지하는 나라가 됐다.

삼정의 문란은 조선시대 국가 재정의 3대 요소인 전정(田政)·군정(軍政)·환정(還政, 정부 보유 미곡의 대여 제도)이 문란해졌음을 뜻하는 말이다.

2008년 가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쳤으나 이명박 정부는 "상대적으로 잘 헤쳐나왔다"며 자화자찬 했다.

그러나 MB정부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의 재정 상황은 임란 직후의 상황과 기시감(旣視感, Dejavu)마져 느껴진다.

국가세금이 3년 연속 결손 사태를 빚으면서 국가 재정건전성과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복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돼온 '증세복지론'에 쐐기를 박았다.

세수결손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이하는 것은 물론 국가 신인도 하락을 초래하고 거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본격적으로 합리적인 증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법인세도 성역으로 남기지 말고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증세를 해야 세수결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