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보고펀드 편들기? "한토신 대주주 심의 이례적 속도"

2015-02-03 18:09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금융위원회가 한국토지신탁 경영권을 얻으려는 보고펀드 편에 서서 대주주 변경 심사에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보고펀드(현재 이재우 단독대표)는 한토신 경영권을 두고 차정훈 MK전자 회장 측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4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보고펀드 쪽에서 제출한 한토신 대주주 승인안건을 처리할 전망이다. 안건이 증선위를 통과하면 오는 11일 금융위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금융위가 지나치게 일정을 서두르는 모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애초 한토신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 온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측은 2014년 9월 보고펀드를 끌어들이지 않은 채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KKR은 올해 1월 13일 보고펀드와 연대해 '보고-프런티어 PEF'라는 이름으로 바꿔 승인 신청을 다시 냈다. 금융위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통상 60일 정도 걸리는 심사기간을 축소하고, 4일 증선위 안건에 올렸다는 것이다.

오는 3월 말인 한토신 정기 주주총회까지 금융위 승인이 나지 않으면 본격적인 의결권 대립에서 MK전자에서 내세운 '리딩밸류1호유한회사', 'MK인베스트먼트'가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자본인 KKR이 토종펀드(보고펀드)를 내세워 경영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4일 증선위에 상장했다는 것은 이달 안에 끝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KKR은 한토신 2대주주인 아이스텀과 맺은 주식매매계약이 지난해 말 만료됐으나, 인수가를 더 높여 2월 말로 연장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KKR이 낸 대주주 승인 신청 건은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이번 증선위에서도 법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 일부만 논의할 예정이고, 본안은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답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1월에 대주주 승인을 변경 신청한 데 대해 60일 동안 검토 기간을 거쳐 금융위에 의견을 전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