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개편 백지화 6일만에 번복…당정, 재추진 선회
2015-02-03 15:08
아주경제 조현미·석유선 기자= 정부와 여당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중단을 선언한 지 6일 만에 연내 재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고소득층의 건보료는 올리고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내리는 쪽으로 바꾸려던 계획을 보건복지부가 갑자기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후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원내 지도부를 교체한 집권여당이 정부의 정책 혼선을 강력히 경고하며 당 주도의 당정관계를 밀어붙이자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복지부 핵심 당국자는 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선안을 마련하면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정부안을 만들어 당정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건보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해 ‘연내 불추진’에서 ‘연내 추진’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가 복지부의 정책 혼선에 강력히 경고하면서 연내 재추진 필요성을 제기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각종 정책 혼선과 관련해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대해 “위기의 종이 울리는데 앞장서지 않거나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경고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저소득층한테 혜택을 주려던 건보료 개편의 취지는 옳다고 생각하고 당장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무엇 때문에 발표를 못 했는지, 어떤 점을 수정·보완해야 하는지 들어보겠지만 백지화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앞서 청와대도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이 사실상 백지화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두 차례에 걸쳐 “백지화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연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이 발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정회의에서 종합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재추진 여지를 남겨뒀다.
정부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돼 서로 다른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현재 기준이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
부과체계가 개편되면 전체 지역가입자의 80%가량인 600만 가구 이상의 건보료가 지금보다 낮아진다. 반면 급여 외에 추가 소득이 많은 일부 직장인이나 연금 등의 소득이 많은 고소득 피부양자 등 45만 가구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기획단 최종 전체회의를 열어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인 28일 돌연 개편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시민단체는 “돌연한 논의 백지화는 황당한 정책 후퇴이며 정치적 셈법에만 치우진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재추진을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
정부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이끌었던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도 2일 “기획단이 1년 6개월을 논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위원장직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