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김-北 김계관 접촉 불발…북한의 속내는?

2015-02-03 14:40
북한, 성김에 "평양으로 오라"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한과 미국이 최근 당국 간 접촉을 추진했으나 대화 방식을 이유로 접촉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초청 사실을 공개한 이후 최근 김 특별대표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미 대화의 무산 경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가 공개된 이후 성 김 특별대표의 베이징 방문 도중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접촉하고 싶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은 제3국이 아니라 김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고집했고,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을 때는 제네바는 물론 뉴욕에도 외교 당국자를 보냈다"며 북한의 대화 의지를 의심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굳이 성 김 대표를 평양에 초청한 것은 미국과 폭넓은 대화로 경색된 북·미 관계의 돌파구를 열려는 시도였다는 것이다.

북한이 제3국에서 북·미 대화가 열릴 경우 김 대표의 '급'에 맞는 인사를 파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그를 평양에 부르고 고위급 인사들을 두루 접촉시켜 북·미 간 현안들을 논의하고자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이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중국 베이징에 보내 성 김 대표와 만나게 하거나 김 대표를 평양에 불러 김계관 제1부상과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만나도록 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김 대표의 대화 상대로 김계관 제1부상이 적절하다고 보면서도 김 대표의 방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WP는 덧붙였다.

북한이 성 김 대표의 방북을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삼고자 했다면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대미 강경 모드와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미친 개들과는 더는 마주 앉을 용의가 없다"며 북·미 대화를 거부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며, 북한군은 연일 미국을 겨냥한 훈련으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한 축으로 하는 북·미 대화 '불발'에 따른 비난과 함께 '조선반도 핵문제를 빚어낸 범죄의 장본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반도 핵문제의 책임을 미국과 남한에 돌렸다.

신문은 미국이 1950년대 남한에 핵무기를 반입한 것이 한반도 핵문제를 낳은 출발점이라며 "미국이 이후 각종 핵무기들을 남조선에 끌어들임으로써 이곳을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기 위한 극동 최대의 핵무기고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핵문제가 해결되려면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의 핵공갈, 위협, 북침전쟁 위험부터 제거돼야 한다"며 "미국의 '핵공갈'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핵보유) 선택은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미 접촉 불발에 대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성 김 대표를 평양에 불러 북·미 간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외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만큼 다양한 계기를 활용해 북·미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핵잠수함 올림피아호의 최근 남한 입항에 이어 다음 달 초에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돼 있어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리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성 김 대표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성사됐다면 북·미 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수 있었다"며 "한·미 군사훈련을 비롯한 걸림돌이 많아 당분간 북·미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