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결심공판, 조현아 “승무원이 매뉴얼을 찾지 못해서 일어난 일”…“박창진 사무장 손등친적 없다”

2015-02-03 14:46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두번째 공판일인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조 전 부사장을 태운 호송 버스가 들어가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일명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들의 매뉴얼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소란을 피운 부분은 잘못을 시인했다.

2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사건의 발단이 승무원에게 있다는 건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매뉴얼을 찾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의 저의 행동은 잘못한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사건의 발단과 관련된 매뉴얼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사건 과정에 대해 항변했다.

검사가 “김 승무원이 행한 견과류 서비스는 매뉴얼 위반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자 조 전 부사장은 “당시 여승무원이 한 서비스는 매뉴얼에 오더 베이시스(Order Basis)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개별주문이며 승객에게 물어보고 갖다주는 거다”며 “그때 승무원은 콩과 물을 가져와 명백한 매뉴얼 위반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당시 서비스가 틀린 것을 지적하자 승무원이 맞다고 반박해 매뉴얼을 가지고 오게 한 것이며 매뉴얼의 대조를 통한 설명이 합리적이라서 그렇게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피고인은 서비스 매뉴얼을 전부 다 숙지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이 이어지자 조 전 부사장은 “일일이 알진 못하지만 오더 베이시스 등의 서비스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더 베이시스가 태블릿에는 없다는 검사의 말에 조 전 부사장은 “제가 매뉴얼을 본 지가 오래돼서 확실히 알진 못하지만 대한항공 승무원이면 안다”고 답했다.

검찰은 해당 승무원의 오랜 경험을 들어 매뉴얼 위반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로 질문을 이어가자 조 전 부사장은 “두 승무원은 퍼스트클래스를 5년 동안 한 건 맞지만 지난 3~4년 동안 한 번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라며 “본인들의 생각이나 경험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판단한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해당 종사자가 4~5년 동안 아무 지적도 안 받았으며 정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은 문헌의 의미, 서비스의 기본정신, 이런 걸 추론해서 매뉴얼 위반이라고 보는 게 맞느냐고 검찰이 맞받아쳤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매뉴얼이라는 건 다수의 승무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며 매뉴얼을 만드는 이유는 대한항공 6000명의 승무원이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고객들에게 일정한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서다”라며 “관리가 잘 안 된 건 어느 정도 저의 잘못도 있지만 하나하나 설명돼 있지 않다고 자의적으로 하면 명백한 매뉴얼 위반이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은 화제를 돌려 조 전 부사장의 폭행 및 기내 난동 사실을 되짚었다.

검찰이 폭행 및 삿대질, 파일철 집어 던진 거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조 전 부사장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검찰이 '피고인은 갤리인포 파일로 박창진 손등을 수차례 내리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느냐'고 질문하자 조 전 부사장은 “그 당시는 제가 박창진 사무장에게 화가 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에게 처음부터 화난 것이 아니라 태블릿 PC에서 (매뉴얼을) 못 보여주고 업데이트 이야기를 해서 화가 났으며 그 이전은 김 승무원에게 화가 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비행기를 세우라고 말한 기억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조 전 부사장은 "비행기를 띄우는 절차를 중지하라는 뜻으로 답한 것이며 당시 매우 흥분된 상태라 이동 중인지는 몰랐다"고 덧붙였다.

비행기를 돌리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정황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을 내리게 한 건 정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사무장의 하기를 지시하긴 했지만 그것도 기장의 최종판단에 따른 것이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은 법 저촉행위가 없도록 하기 위해 여 상무로부터 국토부 조사내용을 보고 받은 것에 관해서, 보고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곧 조사를 받으려고 했기 때문에 승무원들의 진술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12월 10일 이후는 자신이 사퇴해 버려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진정한 사과의 조건으로 진정성 인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질문하자 조 전 부사장은 “아직 기회가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피고인 신문을 마치는 과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은 지금 내가 왜 여기 지금 앉아 있나 생각하는 거 아닌가”라고 다그치자 조 전 부사장은 “그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함께 구속기소된 여모(57)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와 김모(54)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씩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