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OK시골] 도시 뿐 아니라 시골 일자리 창출 지원해야

2015-02-02 15:08

상담전화나 메일을 자주 받는다. 전원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 관련한 내용들이 많다. “시골 가서 살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없느냐? 은행에서 대출해주는 것은 없느냐?”고 물어와 “담보가 있어야 하고 신용도 좋아야 하니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면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는 사람도 있다.

본의 아니게 인생 상담을 할 때도 많다. 몇 년 전에 만난 그는 대기업부장이었다.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해 빠른 승진을 했다. 새벽 출근해 밤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보고 퇴근 후 부하 직원들 비위 맞추기 용으로 한 잔 하다 보면 귀가 시간은 보통 새벽 1~2시였다. 그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자신을 챙겨보니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혼자였다.

간부가 된 후부터는 회사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얽힌 스트레스였고 아내나 자식들 모두 자기들만의 세상을 따로 살고 있었다. 찜질방 가고 수영장 다니는 것에 재미를 붙인 아내는 회사일로 늘 바쁜 남편과 노는 것을 진작 포기했고 제대로 얼굴 한번 볼 새 없었던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훌쩍 커, 아빠는 말이 안 통하는 ‘꼰대’가 돼 있었다. 자신이 있을 자리가 좁아지는 걸 느끼자 외로웠다. 돈 버는 기계로 살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시골에 내려가 자신을 찾아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주변에 얘기했다.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는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말린다. 아내는 "당신 연봉이 얼만데 그만두면 우리 가족 어떻게 먹고 사냐"며 “시골가려면 혼자서 가라!”고 협박한다.

맞다. 시골에 가 살면 가족들 먹여 살릴 일이 걱정이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에 가족들이 당분간 먹고 살만한 양식을 챙겨두고, 혼자 시골에 내려가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보면 시골에서도 먹고 살 수 방도가 생길 것이란 기대를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불안하다.

상대는 이것저것 묻고 나는 답하지만, 그는 궁금한 것보다 시골서 살겠다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볼 생각이 크다. 얼마 후 뜻한 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에 터를 잡았지만 결국 몇 년 못 버티고 다시 예전의 직장으로 복귀했다.

요즘 창업 등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정부에서 많은 자금을 투자하지만 성과는 시답잖다. 꼭 농사만이 아닌 시골서도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시니어들이 시골서 할 수 있는 일 만들기에 정부에서 적극 나설 가치가 충분한데 정책은 늘 도시바라기만 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 www.oksig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