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연말정산 오류] 가맹점 분류항목 동일화로 재발 방지…실효성 있나

2015-01-27 16:12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없이는 재발 막을 수 없어"

[사진제공=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홈페이지]


아주경제 장슬기·송종호 기자 = 카드사들의 정보 누락에 따른 연말정산 오류로 인해 증빙서류를 다시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 고객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카드사, 여신금융협회와 함께 부랴부랴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관련제도 및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없이는 '수박 겉 핥기'식의 대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정산 오류과 관련해 손을 놓고 있던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 가맹점 분류항목 동일화…"근본적인 시스템 개선해야"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 국세청은 연말정산 정보 누락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 회사별로 제각각이었던 가맹점 분류 항목을 동일화하는 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그동안 카드사별로 분류 항목에 대한 기준이 달라 정산 시 누락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누락된 카드 사용 규모가 총 290만명, 16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연말정산 오류는 카드사의 정보 누락 뿐만이 아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15~16일 현금영수증 정보 일부를 누락하는 정산시스템 오류로 연말정산을 한 납세자들의 소득공제 환급액을 잘못 안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연말정산과 관련한 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이번 대책도 실효성 없이 '사후약방문'에 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문제를 보완하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재발방지 대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미세한 항목상의 분류를 놓고 카드사쪽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시스템 오류 등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말정산의 경우 전 국민이 참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카드사 뿐만 아니라 국세청과 금융당국도 보다 세밀히 들여다 봤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기본적으로 국가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공조 없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태"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연말정산 시 카드 사용금액 부분이 항목별로 세분화된 만큼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다 철저히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종합감사 등을 진행하는데, 카드사들이 연말정산 신고 대행업무를 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도 당연히 지도대상이고 검토대상일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이번 건과 관련해 자기 소관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연말정산 누락분 2월까지 신청해 5월에 환급 가능

당장 연말정산 증빙자료를 재신청해야 하는 고객들도 문제다.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해당 카드사가 제공하는 소득공제확인서를 발급받아 다시 연말정산을 접수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말정산 회의론도 나온다. 증빙서류를 다시 신청해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기껏해야 수백원에서 수천원 수준이기 때문에 번거롭게 재신청을 하느니 그냥 환급액을 포기하겠다는 고객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가장 큰 액수로 누락된 사용분인 대중교통비는 소득공제율이 30%로, 15%인 일반 가맹점 소득공제율보다 두 배 높다. 전통시장도 대중교통비와 동일한 30%의 소득공제율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해당 카드사 홈페이지 또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서 정정된 신용카드 사용 내역서를 출력해 2014년 소득공제 신청을 새로 접수하는 것이 좋다.

이번 연말정산 누락 카드사 4곳은 국세청에 정정된 사용분 내역을 국세청에 전달했다. 현재는 변경 결과를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사이트(www.yesone.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카드사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BC카드는 정정 자료를 자사 홈페이지(www.bccard.com)에서 출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지난 26일 홈페이지(www.samsungcard.co..kr) 공지를 통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의 대중교통 사용액, SK텔레콤 포인트연계 할부(폰세이브)로 통신단말기를 구매한 금액 등을 국세청에 다시 반영했다고 공지했다. 

하나카드는 대표 홈페이지(www.hanacard.co.kr)에서 구 하나SK카드, 구 외환카드로 나눠 정정된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홈페이지 미가입 고객도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 또는 하나카드로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 변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이번 누락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공지사항이나 메뉴 대신 자사 홈페이지(www.shinhancard.com)의 기존 소득공제 메뉴를 통해 정정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사용분 내역 정정 증빙서류를 갖췄다면 2월까지 소속 직장을 통해 소득공제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정 내역에 대한 환급액은 연말정산이 마무리되는 3월이 아닌 5월에 받을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회사가 소득공제 접수를 마무리했고, 이에 대한 환급은 3월 말경에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신용카드 누락 사용분에 대한 환급액 적용은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기간에 이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