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 불가능…법인세 등 증세 결단 내려야

2015-01-26 15:55
재정건전성 위협받는데 법인세수마저 감소 전망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세수 부족이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고수함에 따라 이대로 가다가는 2033년 국가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법인세수마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더해져 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 등 각계에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국가재정상황 최악…법인세수마저 감소 전망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세입구조와 세출 관련 법령들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은 연평균 각각 3.6%, 4.6% 증가해 오는 2021년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0.8% 흑자에서 2021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60년에는 11.4%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입기반 약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철 예산정책처 재정정책분석과장은 "늘어나는 지출 규모를 국세 등으로 메우지 못하면 국채를 발행해야 되는데 2033년부터는 국채 발행으로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2009년의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처럼 한국이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한국경제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관리대상재정수지는 계획치인 33조 6000억원 적자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경상성장률이 정부의 전망치인 6.1%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10월까지의 정부의 예상 세입 대비 실제 수입(국세진도율)은 80.2%에 그쳐 올해까지 4년 연속 세수펑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법인세수마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리나라의 세입구조는 부가가치세, 소득세, 법인세의 비중이 가장 크다. 국회는 2015년 총국세 221조원 가운데 부가가치세 58조 9000억원, 소득세 57조 3000억원, 법인세 46조원으로 편성했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법인세는 전년도와 당해연도 기업 수익성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근 상장 비금융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법인세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5.2%, 2014년 5.3%였고 올해도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올해 법인세수 증가율은 정부 예상치 0.1%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세수부족 우려 커지는데 정부 '증세 없는 복지' 고수

최근 연말정산과 관련, '서민 증세', '13월의 세금폭탄'이라며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소급적용'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놓으며 민심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인해 발생할 올해 세수 부족 증가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없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고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재정적자가 늘자 정부는 담뱃세 인상, 연말정산 개편 등 '우회 증세'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이나 전문가들은 "결국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꼼수증세"라며 비판하고 있다.

◆ 국가재정문제 해결 위해 법인세 인상 등 '복지를 위한 증세' 강구해야

야당에서는 법인세율 인상이 국가재정 파탄을 막을 길이라는 주장이다. 학계 관계자 역시 더 이상 '증세 없는 복지'를 지키기 위해 '꼼수증세'를 지속하기보다 국민과의 합의를 통해 '복지를 위한 증세'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연말정산 사태가 주는 교훈은 '꼼수는 안 통한다', '재벌 감세, 서민 증세는 불공정하다', '재벌 감세 철회와 법인세 정상화가 해법'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 법인세 실효세율은 16.8%로 일본 38%, 독일 29.5%, 영국 28%, 미국 26%에 비해 낮은 수치"라며 "금융위기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법인세를 인하한 나라는 12개, 법인세를 유지한 나라는 15개, 인상한 나라는 7개"라고 소개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집권 7년간 재벌 감세를 해주면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으나 국민에게 돌아온 혜택은 없고 재벌기업 사내유보금만 늘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의 망상에 갇혀 증세를 증세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 기업과의 합의를 통해 법인세 인상 등 '복지를 위한 증세'를 강구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