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스쳐 지나간 은행권 여풍…여전한 유리천장
2015-01-22 16:42
정기인사서 김옥정 우리은행 부행장 선임 유일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은행권에 여성 임원들이 대거 발탁되며 유행했던 '여풍(女風)'이 불과 1년여 만에 잠잠해지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상당수 은행들이 정기 인사를 마친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기타 은행은 여성 임원을 발탁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김옥정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선임했다. 김 부행장은 우리은행 내 첫 여성 부행장이다.
이는 2013년 말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선임을 필두로 국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같은해에 취임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2012년 기업은행 최초 여성 부행장, 2013년 최초 여성 은행장 등 '최초' 타이틀을 잇따라 차지하며 국내 첫 여성 행장에 올라 은행권 여풍을 주도했다. 취임 후에는 기업은행 내 두번째 여성 부행장으로 지난해 1월 김성미 부행장을 발탁하기도 했다.
2013년 말에는 신한·하나·외환 등 상당수 은행들이 여성 임원 배출에 동참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순철 당시 경기중부본부장을 부행장보로 승진시켰으며, 하나은행은 김덕자 전무와 천경미 전무가 여성 임원으로 발탁됐다. 외환은행의 경우 최동숙 전무를 론스타 시절 이후 최초 내부출신 여성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여성 임원이 대거 발탁되던 2013년 당시에도 외풍의 영향이 심한 은행권 특성상 눈치보기에 따른 일시적인 유행이라는 지적과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차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이에 지속적인 여성 임원 배출을 위해서는 평소에 꾸준히 후보군을 양성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성 인력풀 확대로 과거에 비해 지점장, 지역본부장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최근 인사의 경우 각 은행마다 여성 인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이미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의 공백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점장, 지역본부장에 포진된 여성 인력들이 조만간 현재 여성 임원들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정기인사에서 여성 경영진 후보 육성을 위해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큰 폭의 지점장급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이로써 신한은행 내 지점장급 여성 인력은 기존 41명에서 10명 추가된 51명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