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인격 '킬미, 힐미' vs '하이드 지킬, 나'…드라마 안팎으로 경쟁 '후끈'

2015-01-22 11:48

[사진='킬미, 힐미' '하이드 지킬, 나' 포스터]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여기, 똑같은 소재로 한날한시에 시청자를 찾으며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는 두 드라마가 있다. 다중인격이라고 불리는 ‘해리성 주체 장애’를 내세운 MBC ‘킬미, 힐미’와 SBS ‘하이드 지킬, 나’이다.

‘킬미, 힐미’는 무려 일곱 가지 인격을 가진 남자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진심 어린 위로와 사랑뿐이라는 사실”을, ‘하이드 지킬, 나’는 원작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설정과는 반대로 사랑 따위는 아라 바 없는 극한이기주의자 지킬과 사랑이 넘치는 하이드를 통해 근본적으로 선한 인간의 내면을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에 담았다.

공통점은 또 있다. ‘킬미, 힐미’의 파트너 지성과 황정음은 재작년 KBS2 ‘비밀’에서 언론의 호평과 대중의 사랑을 잡았고,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과 한지민 역시 지난해 영화 ‘역린’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이제 작품 안으로 들어가 보자. 보는 재미는 확실히 7개의 인격을 가진 ‘킬미, 힐미’의 승이다. 이중도, 삼중도 아닌 7중 인격의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제기된 ‘드라마가 산만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말끔한 편집과 안정적 연기력으로 걷어냈다. 한 회 방송분에 7중 인격을 몰아 넣지 않고 3~4개의 성격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똑똑한 선택이다. 일곱 가지 성격 모두 매력이 넘쳐 인격별로 팬심이 나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짙은 눈화장으로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식의 오글거리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상남자 신세기와 부드러운 미소를 장착한 채 여심을 간질이는 차도현은 여성 시청자를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다.

현빈은 제 안의 ‘친절한 하이드’ 로빈을 숨기기 위해 “여자 금지, 스킨쉽 금지, 흥분 금지”를 신조로 살아가는 ‘냉혈안 지킬’ 구서진을 연기한다. 꿈과 행복으로 가득 찬 테마파크에서 유일하게 웃지 않는 까칠한 오너 구서진은 차갑기는 하지는 통통 튀는 유쾌한 화법에 왕왕 버럭 한다. 맞다. 현빈의 대표작 SBS ‘시크릿 가든’(2011년 1월 종영)의 김주원을 빼다 박았다. 아무리 4년 만고 그 사이 현빈이 군대를 다녀왔다 해도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

여주인공도 ‘킬미, 힐미’ 승이다. 지난해와 재작년 부은 눈으로 ‘꺽꺽’거리며 ‘눈물의 여왕’ 타이틀을 따낸 황정음이 코믹연기로 돌아왔다. 성격이 워낙 밝고 당찬지라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이루는 전공 분야 로코인 만큼 역시 능수능란하다.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지성과의 호흡도 차지다. 전작에서 빼낸 눈물을 보상 받을 요량인 듯 서로 쿵짝을 맞추며 시청자의 배꼽을 훔친다.

11년 동안 봐 왔던 한지민의 부정확한 발음을 새삼 꼬집고 싶지 않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니까. “네 땅 안 밟는다”며 건물과 건물 사이를 줄타기로 넘나들고, 조악한 CG의 고릴라와 호흡이 맞지 않는 춤을 춰대는 한지민을 보는 것은 KBS2 ‘내일도 칸타빌레’의 심은경을 보는 것만큼 고역이다.

1라운드 성적 역시 ‘킬미, 힐미’ 승이다. 21일 처음 공개된 ‘하이드 지킬, 나’와의 첫 경쟁에서 시청률 9.5%를 기록해 0.9%포인트 앞섰다.

변수가 생겼다. ‘하이드 지킬, 나’의 동명 원작 웹툰 이충호 작가가 한 수를 뒀다. ‘하이드 지킬, 나’의 첫 방송일인 21일, 경쟁작 ‘킬미, 힐미’를 “도둑질한 드라마”라며 “곧 증명해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첫 회에 실망해서일까? 대중은 “웹툰 ‘하이드 지킬, 나’ 역시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모티프로 하지 않았냐”며 싸늘한 반응이다. ‘킬미, 힐미’ 측은 “우리 드라마는 지난해 1월에 론칭됐다. 지난 가을 쯤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야 원작 웹툰의 존재도 알았다”고 표절 의혹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