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발연 부산학연구센터, ‘부산의 노래, 노래 속의 부산’ 펴내

2015-01-19 15:15

[사진=부발연 제공]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과 더불어 부산다운 문화와 부산정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부산 사람들의 일상 속에 대중가요는 어떤 의미였을까. 다양한 차원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에서 시민들을 위한 교양총서로 ‘부산의 노래, 노래 속의 부산’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이 책은 부산을 담고 있는 대중가요를 발굴, 정리해 부산의 역사적·문화적 특성을 밝히고 있다. 대중들에게 친밀한 대중가요를 통해 부산 사람 특유의 일상적 삶의 모습과 도시의 성격 변화를 파악해 부산 문화의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

그동안 대중가요를 통해 부산과의 관련성을 논하는 글들이 일부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대중가요와 부산문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 집필자인 박재환 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 소장은 “부산에서 만들어지고 알려진 대중가요가 갖는 의미와 특징을 기술하고자 했다”며“이는 부산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시도”라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11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부산 근대사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대중가요 속에 불리고 노래를 듣는 장소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부산에서 출발한 독특한 문화로서 노래방 및 비주류 음악이 부산의 지역성과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다양한 영역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김종욱 대중가요연구가(옛날가요보존회)는 책에서 일제 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시기 부산을 노래한 대중가요들을 찾아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부산이 한국의 대중가요를 이끌던 그 시절 노래에는 민족의 한, 동족상잔의 슬픔이 묻어난다. ‘이별의 부산항’, ‘아메리카 마도로스’ 등의 노래 가사에는 익숙한 부산 지명과 사연 많던 시절의 애환이 담겨있다.

노래방이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김문겸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산 사람들이 가진 서민문화가 부산사람들의 개방, 포용적인 기질과 접목되었고, 노래방 문화가 꽃피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중가요에는 록의 특징이 많이 녹아있다. 다른 가수들과 달리 록 리듬을 내세운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장현정 호밀밭 출판사 대표이자 밴드 앤(ANN) 보컬은 부산의 대중가요에 대해 “특별히 멋 부리거나 후 가공을 통해 뭘 하기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질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한국에서 유일하게 로컬 씬이 가능한 곳이 부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K-Pop스타들의 원류로서의 부산의 대중가요적 저력을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의 40~50대 부산 출신 중년층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던 부산대 중창단 ‘썰물’의 1978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의 뒷얘기들도 쏠쏠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형균 부산학센터장은 “별다른 대중문화 오락거리가 많지 않아 텔레비전 의존율이 높던 당시에 촌스러운 지방대 보컬팀이 전국과 서울의 쟁쟁한 팀을 물리치고 대상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은 부산의 또 다른 문화적 저력을 보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사진=부발연 제공]


이 책에서 특히 버스킹 문화를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흥미롭다. 버스킹에는 마당놀이와 같은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녹아 있다고 본다. 특히 해운대나 광안리의 버스킹은 다양한 관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다. 해운대 해변을 따라 많을 때는 한번에 20개 이상의 팀들이 공연한다. 공연자와 관객들이 성숙한 버스킹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부산 출신 가수와 부산의 노래를 기억하는 장으로서 노래비에 담긴 삶의 애환을 추적하고 있는 부분도 시선을 끈다. 오상준 국제신문 부장의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비를 시민의 공감 속에 부산역 광장에 세우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

나아가 저자들은 부산 대중가요의 의미를 찾고 알리는 데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부산의 대중가요가 서민생활과 밀착된 것인 만큼 ‘부산의 노래 박물관’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옛날가요보존회에는 김종욱 대중가요연구가가 직접 수집해온 귀한 자료들이 상당히 많다.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옛 음반들이다. 이런 자료들은 부산시가 나서서 보존해야할 공공재다.

그동안 부산은 영화나 영상 촬영의 장소 제공에 머물렀는데 이제부터는 배경음악으로 쓰일만한 부산의 노래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교성 생활기획공간 통 공동대표는 “앨범 제작, 뮤직비디오 등 대중가요를 중심에 둔 문화콘텐츠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쾌지나칭칭나네’ 김상국을 기리는 ‘프리스타일 랩 대회’, 대학생과 젊은이들의 창작가요제도 부산에서 대중가요를 향유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