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지는 김무성式 현장정치, 당청·계파 갈등 이중고 ‘탈출이냐, 고착화냐’

2015-01-18 16:17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중대 기로에 직면했다.

최근 수첩 파동과 당직 인선 잡음에 휘말리면서 당·청과 계파 갈등의 ‘이중고’에 시달린 김 대표가 18일 민생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국면전환을 시도, 김무성식(式) 정치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 잠룡인 김 대표가 ‘여권 대주주’로 발돋움할지, 수직적 당·청 관계에 갇히면서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할지 여권 내 권력구도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김무성 “현장에 답 있다”…민생정치로 국면전환

김 대표는 이날 충북과 제주를 잇달아 방문했다. 먼저 오전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아 ‘대한불교천태종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3주년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김 대표는 변춘광 천태종 총무원장과의 환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큰 개혁을 하고 계시는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도움을 청했다. 그간 당·청 갈등을 빚은 김 대표가 청와대와 호흡을 맞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어 김 대표는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 지역 민심을 청취했다. 새누리당은 19일과 22일 제주와 전북 등지에서 각각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장에 민생해결의 답이 있다’는 김 대표의 소신”이라고 전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전하며 “지금은 경제 이외 한눈팔 겨를 없다”고 전한 바 있다.

김 대표가 현장정치를 앞세워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은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 ‘배후’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또한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여의도연구원장(여연) 인선 등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논란을 야기하자 정국 시선을 ‘민생’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비박(非朴·비박근혜)의 한계를 지닌 김 대표가 당·청은 물론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여권 내 ‘자중지란’의 한 축을 형성하자 위기감을 느끼고 ‘민생 프레임’으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여권 내 김 대표의 입지는 상당 기간 위축돼 있었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전대) 직후 이군현 사무총장 등 측근을 전진 배치하면서 친박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데 이어 그해 10월 상하이발(發) 개헌론으로 청와대와 갈등 양상을 빚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금은 경제살리기의 골든타임”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김 대표는 개헌 발언 하루 만에 “불찰이며 죄송하다”며 청와대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앞세워 청와대 측면 지원에 나선 김 대표는 지난달 18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을 여연 원장에 추대하면서 당·청 갈등에 불을 질렀다. 다음 날인 19일 박 대통령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친박 실세만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했다.

◆김무성, 지난해 ‘윤 일병 사건’ 때 대선 지지율 1위

하지만 김 대표는 ‘수첩 파동’으로 판을 흔들었다.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문건 배후로 자신과 유승민 의원을 지목하자 ‘K·Y 메모’를 통해 청와대 인적쇄신의 물꼬를 텄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김 대표가 정국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국회 본청.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8일 오전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아 ‘대한불교천태종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3주년 봉축법요식’에 참석, 변춘광 천태종 총무원장과의 환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큰 개혁을 하고 계시는데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도움을 청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야권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난해 군 가혹행위 사태인 ‘윤 일병 사건’ 당시 김 대표의 지지율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7·30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4일 국회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배석시킨 가운데 가진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탁자를 내리치며 “윤 일병 사망은 분명한 살인사건”이라며 일벌백계를 촉구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선 김 대표 행보를 놓고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호통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첫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 포인트)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김 대표는 16.2%로 박원순 서울시장(15.4%)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15.3%)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9.5%였다.

가장 최근 조사인 리얼미터의 1월 첫째 주 차기 대선 지지도에서 김 대표는 11.2%에 그치면서 15%를 기록한 박 시장과 문 의원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청와대 비선실세 후폭풍을 맞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43.2%로 하락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 지지율 역풍을 맞은 김 대표가 수첩 파동을 계기로 반전 모멘템을 확보하자 ‘현장정치’로 정국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김무성식 정치가 중대 분수령을 맞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