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조현아 전 부사장, 운항 중 사실 알고도 "몰랐다" 주장…거짓으로 드러나

2015-01-17 14:17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땅콩 회항' 사태 당시 항공기 운항이 시작된 줄 몰랐다고 주장해 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구속기소)이 실제로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섰다는 내용을 사무장을 통해 들어 알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16일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0시37분(미국 현지시각)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편 1등석에 승객 자격으로 탑승했다.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 김모씨가 미개봉 상태의 마카다미아(견과류 일종)의 봉지를 쟁반에 받쳐 서빙하자 여승무원을 질책하며 "무릎 꿇고 (서비스 매뉴얼을)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고 소리질렀다.

그는 이어 일등석 출입문 앞으로 걸어가 이번에는 박창진 사무장을 향해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운항 중단을 지시했다.

비행기가 제7번 게이트에서 운항 중이었던 걸 감지한 박 사무장은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로 들어서기 시작해 비행기를 세울 수 없다'고 답했지만 조 전사장은 "상관없어, 니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로 말대꾸야"라며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3~4회 반복해 항공기를 세우도록 지시했다.

결국 항공기는 진행하던 반대 방향으로 되돌려 게이트까지 약 20미터를 이동했다.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은 시종일관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했는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조 전 부사장은 매뉴얼을 직접 확인하고 뒤늦게 여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서빙을 했고,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번에는 화살을 박 사무장에게 돌렸다.

박 사무장에게 "이거 매뉴얼 맞잖아, 니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너가 내려"라고 소리쳤다.

조 전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삿대질하며 "내려, 내리라고"라고 반복해 소리쳤고 박 사무장은 결국 하기했다.

이같은 '사단'으로 비행기는 예정보다 11분 늦게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이 사태가 언론이 보도되고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조 전 부사장은 조사가 시작된 첫날부터 직원들에게 '거짓진술'을 지시한 정황도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조사 첫날인 지난달 8일 오후 4시께 여모(57·구속기소) 상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언론에서 항공법위반 여부에 대해 거론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고 국토부 조사에 임하도록 주문했다.

또 여 상무에게 '승무원 동호회(KASA)'를 통해 이번 사태의 책임은 자신이 아닌 박 사무장으로 인해 벌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소문을 퍼뜨리라고 지시,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지시하신 대로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수시로 상황 보고를 했다.

검찰은 지난 7일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의 첫 재판은 19일 오후 2시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