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안산 인질사건은 경찰 진입 5시간여전 이미 2명이 살해당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큰 딸은 피흘리는 동생의 시신 옆에서 5시간여 동안 인질범으로부터 흉기로 위협을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안산상록경찰서는 인질극에서 구출된 인질범 의붓큰딸(17)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이같이 밝혔다. 결찰은 진압 전 피살자가 몇명인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47)씨의 인질극이 시작된 건 지난 12일 오후 3시30분쯤. 

김씨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소재 한 다세대주택 3층에 있는 B(49)씨의 집을 찾아갔다. B씨는 김씨가 2007년 재혼한 A씨(44)의 전남편. 

김씨 부부는 지난해 8월부터 별거중인 상태였다. 김씨는 A씨가 전화 연락이 안돼 외도를 의심, A씨의 친딸들을 볼모로 A씨와 연락을 시도할 계획였다. 

당시 B씨의 집엔 동거녀 C씨(32)가 혼자 있었다. 김씨는 "B씨의 동생이다"란 말로 C씨를 속이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후 바로 부엌에 있는 흉기로 C씨를 위협, 작은 방에 가뒀다. 

오후 9시쯤 B씨가 귀가하면서 사건이 악화됐다. B씨는 김씨에게 "왜 내집에 있느냐?"며 따졌고, 이에 흥분한 김씨는 흉기로 B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시신은 욕실에 방치했다. 

그 뒤 막내딸(16), 큰딸(17)의 순으로 귀가했다. 두 딸은 김씨에 의해 결박 당한 채 C씨가 있는 작은방에 감금됐다.

다음날인 13일 오전 9시20분쯤 김씨는 큰딸의 전화로 A씨 통화했다. 김씨는 "아이들을 잡고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 사이 큰딸과 막내딸은 결박을 풀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곧 제압당했다.

김씨는 9시38분 자신의 휴대전화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거부'로 나타나자 흥분, 막내딸을 흉기로 찌른 뒤 목을 졸랐다. 경찰은 그 시간을 9시38분에서 52분 사이로 보고 있다.

막내딸 시신은 언니와 C씨가 있는 작은방에 그대로 뒀다. 큰딸은 5시간여 동안이나 피를 흘린 채 죽어있는 동생 모습을 봐야 했다.

경찰은 오전 10시 15분 협상에 나섰다. 당시 김씨는 자수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낮 12시45분 영상통화로 자신이 살해한 막내딸의 모습을 3초간 A씨에게 보여줬다. 경찰이 처음 인명 피해를 인식한 것은 이당시다.
 
이후 자수하겠다던 김씨가 A씨와의 연락을 끊자 그제서야 경찰은 특공대를 투입, 김씨를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