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에 대규모 중동건설 발주 감소 시나리오 현실화… 업계 긴장감 고조

2015-01-08 17:08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2조원 프로젝트 발주 1년간 중단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건설 발주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건설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주지역·공종 다변화와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동 수주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는 최근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라스 타누라(Ras Tanura) 클린퓨얼 및 아로마틱스 프로젝트'의 재입찰을 향후 1년간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라스 타누라 정유공장 내 클린퓨얼 시설과 아로마틱스 플랜트를 건설하는 2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지난해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한 10개사에는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한화건설, GS건설 등 국내 건설사 5곳이 포함됐다. 입찰이 지연될 경우 대규모 사업 수주를 기대했던 건설사들은 수주 시기를 1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처지다. 

또 지난해 해외건설 최대어로 꼽혔던 14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NRP)는 올해 초로 발주 일정이 미뤄졌다. 유가하락 여파로 대형 정유플랜트 공사 발주가 일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72센트(1.5%) 오른 48.6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에는 47.93달러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ICE유럽선물시장에서 2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최근 6년여만에 장 중 5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중동 산유국이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중동 산유국도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중동 발주물량은 지난해 1분기 817억달러에서 2분기 543억달러, 3분기 305억달러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발주 물량 감소가 수치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실적은 313억5000만달러로, 해외건설 총 수주액(660억달러)의 47.5%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오만의 국영 정유 및 석유화학회사(ORPIC)가 리와 플라스틱 프로젝트(LPP)에 대한 EPC(설계·조달·시공) 입찰을 앞두고 있다. 스팀 크래커 패키지 등 4개의 패키지로 구성된 이 사업에는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한화건설 등이 적격업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동 정세 불안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높은 해외건설 실적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및 지역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과 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호텔사업 진출 등에 나서는 것도 건설 발주 물량 감소에 따른 현금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비교적 사정이 좋은 국내 주택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며 "해외건설의 텃밭인 중동에서 벗어나 사업지역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은 많은 건설사들이 오래 전부터 해 오고 있는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