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계열 운용사 몰아주기 20% 껑충… 이해상충 우려

2015-01-05 16:23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태광그룹 흥국생명이 총수일가 측에서 30% 가까이 출자한 흥국자산운용에 주는 투자일임액을 1년 만에 20% 넘게 늘렸다. 흥국자산운용이 아직 운용업계 상위권 밖에 있어 회사와 보험 가입자 간 이해상충 우려가 나올 수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올해 들어 연말까지 1년 동안 2조7879억원을 흥국자산운용에 투자일임하기로 했다. 전년 2조3040억원에 비해 21.00%(4383억원)가 늘었다. 흥국자산운용이 이번에 맡은 돈은 2014년 9월 말 흥국생명 자산총계(18조5948억원) 대비 약 15%에 해당한다.

흥국생명은 국내 생보사 가운데에서도 계열 운용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흥국생명은 2014년 12월 말 계열사 위탁비중이 47.17%에 달했다. 전체 15개 생보사 가운데 45%를 넘어선 곳은 흥국생명, IBK자산운용(47.54%), 미래에셋자산운용(46.35%)뿐이다.

흥국자산운용은 총수인 이호진 전 회장(20.00%) 및 이 전 회장 친인척인 이경훈(2.00%)ㆍ이재훈(2.00%)ㆍ이봉훈(2.00%)ㆍ이원준(2.00%) 씨가 총 28.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2013년 전체 영업수익 가운데 약 17%를 흥국생명을 비롯한 3개 계열사에서 올렸다. 운용 수수료 수익에서 흥국생명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74%에 달했다. 흥국자산운용은 계열 생보사에서 받은 돈을 자체 결정에 따라 운용한다.

흥국생명은 2014년 1~3분기 영업이익을 1년 만에 약 63% 늘렸지만, 같은 해 4분기 이후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생보사는 4분기 이후 금리하락에 따른 변액보험 최저보증 준비금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이슈로 생보사가 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라며 "오는 2018년 도입하는 보험회계기준 개정안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투자일임을 늘린 데 대해 채권평가액(800억원) 증가분, 신규 추가분(4000억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2014년 11월 금리가 전년 9월 대비 약 0.80% 하락해 채권평가액 증가분이 발생했다"며 "신규액에서도 2500억원은 퇴직연금 부분에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