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히 볼 필요가 있는 한화의 투수 왕국론

2015-01-03 13:54

[KIA, 삼성 제공]


아주경제 김주은 기자 = 시즌은커녕 훈련도 시작 안했다. 근데 벌써 선발 투수들이 제각각 최소 10승은 해줄 것처럼 떠들어댄다. 과연 그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일까. 이름값보다는 현재의 실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그의 별명처럼 사실 정말 신은 아니다. 아무리 ‘야신’이라지만 김성근 감독이 꼴등 팀을 1등으로 만들고 2년간 평균자책점 7점대 투수를 10승투수로 만들 수 있을까.

최근 많은 한화 관련 기사에는 한화가 좋은 투수들을 영입해 올 시즌에는 선발 투수들이 모두 10승이상을 거두는 ‘투수왕국’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만 내놓고 있다.

물론 희망을 품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희망이 아닌 합리적인 희망일 때 그 희망은 더 설득력을 얻게 되는 법. 다수의 매체가 한화의 투수왕국론을 주장하는 것은 두 가지다. 김성근 감독의 투수 육성력과 영입 투수들의 이름값.

먼저 김성근 감독의 투수 육성력은 물론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의 손 밑에서 김광현은 류현진과 한때 ‘라이벌’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장했었고 이외에도 채병룡, 이승호 등 많은 선수들이 전성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한화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영입된 투수들이 과연 다시 10승을 할 정도의 투수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한화가 올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투수는 유먼, 송은범, 배영수는 사실 모두 전성기가 지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 롯데가 유먼을 재계약하지 않았는지 고려해야하며 송은범은 지난 2년간 평균자책점 7점대를 찍었던 투수며, 배영수도 몸상태와 삼성의 재계약 불발 이유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선수들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반짝 떠올랐던 이태양이 과연 꾸준함을 선보일 수 있을지, 고작 18경기 출전에 그친 유창식의 내구성 등 수많은 의문부호가 한화를 따라다닌다.

한화는 그동안 자신들의 진정한 문제인 투수진 보강을 외면한 채 잘못 돈을 쓰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최하위 구단’ 이라는 오명을 연달아 받아왔다. 이제 방향키는 제대로 잡은 듯 하지만 주위에서 방향키 하나 잘 잡은 것으로 지나친 칭찬세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꼴찌’ 한화의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은 힘들다. 행여나 김성근 감독이 이를 이루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을까 그것이 벌써 염려된다. 허황된 ‘투수왕국’ 론에 한화 팬들이 지나친 기대감만 안은 채 냉혹한 시즌 시작이라는 현실에 발을 딛게 하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