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1)>원희룡 제주도지사-협치

2014-12-29 00:01
취임 6개월 "제주발전을 위한 밑그림 그려온 시기"
'협치' 촛점, 민간 참여 확대…도지사 권한 내리겠다!
강정마을 뜻 최대한 수용, 진상조사도 차질없이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원희룡 제주지사(사진)는 29일 신년 합동 인터뷰를 통해 ‘취임 6개월’을 “제주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온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원 지사는 “현장도지사실에서 많은 도민들과 만났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난개발, 한·중 FTA, 강정마을 갈등 해소 등 해묵은 과제들은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며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고 있다” 며 “그때 주신 여러 아이디어들 가운데 정책으로 연결된 것들이 적지 않다. 1분 1초를 아끼며 제주를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원 지사와의 일문일답.

새해를 맞아 도민들께 덕담 한 말씀

양띠 해의 시작이다. 양은 평화와 화목을 상징한다. 사회성도 좋고 공동체로 운명을 같이하는 동물이다. 이 기운을 받고 제주 공동체가 화목하게 함께 일하고 함께 누리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도정을 이끌어온 소감은

부침이 좀 있었다. 새로운 발전의 틀을 다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맷집도 더 세진 것 같다. 도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천적 방안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하고 있다. 제주를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목표로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청사진이 듣고 싶다.

제주가 지닌 가치는 매우 크다. 아름다운 자연, 제주사람들이 계승해온 정체성과 도전정신, 문화에 기초해서 창의성을 더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전통과 문화가 있고 쾌적하고 여유로운 생활도시로서 품위가 있는 고품격 체류형 휴양관광지, 나아가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고 바람으로 자동차가 달리고 생활 속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스마트비즈니스도시 제주를 만들고 싶다. 세계적으로 보면 대표적인 체류형 관광지로는 하와이가 있고, 경제허브 국제도시로는 홍콩, 싱가폴, 문화도시로는 프랑스 파리, 생태환경도시로는 브라질 꾸리지바 같은 곳이 있는데, 이들 도시의 장점을 모두 합쳐 살려낼 수 있는 곳이 우리 제주다. 조심스럽지만 욕심낼 만하다.

2002년 시작된 국제자유도시 비전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 사례를 봐도 국제자유도시가 정착하는데 최소 몇 십년이 걸렸다. 그러나 제주 미래 10년 계획을 담은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은 ‘개정판’이 필요하다. 오는 2002년 모델로 삼았던 홍콩, 싱가포르는 처음부터 물류, 금융 중심으로 부각됐지만 제주는 청정 자연이 장점이다. 제주여건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투자유치 계획이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유치, 자연보전, 도시계획, 미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주미래비전계획을 빠른 시일내에 정비해서 제주에 더 맞는 옷이 되도록 하겠다.

제주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할 계획인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는 세잔, 고흐도 머물렀던 예술의 도시다.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이 찾는다. 저는 이걸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중섭 같은 예술인의 위대한 감각이 서귀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러한 스토리를 유산으로 만들고 국경을 넘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여서 도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의 섬을 만들고 싶다. 예산의 3%를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주문화의 원석을 가공하여 제주를 먹여 살리는 문화콘텐츠산업을 키우겠다. 원도심의 빈집을 문화의 사랑방으로 만들고 구역별로 특성 있는 생활형 문화예술특구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찾아올 것이다.

새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그동안은 난개발 방지, 대규모 개발투자원칙,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는데 매진해왔다. 앞으로 경제, 문화, 환경, 복지를 중심으로 제주의 미래 가치를 키우는 일, 아픔과 과거를 넘어서는 일, 안전하고 활기찬 민생을 위한 일들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게 된다. 새해에는 관광· 1차산업·전기차 등에 ICT 기술과 수출 등 마케팅을 접목한 창조산업화를 통해 경제를 새롭게 살리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제주 미래비전 계획의 수립, 민관 협치의 정착, 제주를 통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화, FTA 후속대응도 필요하다. 특히 제주의 미래가 걸려 있는 공항 건설, 복합리조트의 방향, 친환경 전기차 보급확대 부분도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 한다.

 

제주변화를 위한 동력으로 협치를 꺼냈다. 지사께서 생각하는 협치는 무엇인가?

정답은 없다. 우선적으로는 도민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거라고 본다. 이를 위해 도지사의 권한을 좀 더 나누고 기존의 제도권에서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은 됐다. 이를 테면 민간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협력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강도가 센 민관협력시스템인 셈이다.

협치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협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그동안 행정 편의주의, 관치행정이란 말이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지나친 정파, 정당대결과 편 가르기도 극심했던 게 지난 제주다. 하지만 정책결정과정에 다양한 도민 주체들이 참여하고 이견차를 좁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힘을 모으다 보면 새로운 통합의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협치는 생각이 달라도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협치를 해나갈 계획인지?

이제 조례를 만들며 첫 단추를 꿰는 단계다. 초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인 사업목표를 정해 민간참여를 확대하고, 기존 위원회 운영제도 개선 등 행정내부의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도록 하겠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협치위원회 구성과 운영은 투명한 운영과 절차에 충실하도록 관리하겠다.

원 도정의 협치는 경기도의 연정과 종종 비교된다.

엄연히 다르다고 본다. 경기도에서 하는 ‘연정’은 상황을 보면 관이 주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협치는 민간의 참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도지사가 가진 권한을 내려놓고 협력하는 본질 면에서는 비슷할 수 있다.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소통부족 이야기도 있다.

서로 도민을 위해 잘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인데 일이 복합하게 갔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논란을 무마시키는 것보다는 이렇게 갈등이 생기더라도 드러내놓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정과정을 거치는 게 오히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또 고쳐야 할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고 본다.

의회와의 소통이 매끄럽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지나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갈등도 소통과 대타협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비온 뒤 땅은 더욱 굳게 마련이다. 의회와 새로운 신뢰의 기반 속에 상생과 협력을 위해 힘쓰겠다.

전국 최초로 행정시장과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했다.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데

세상의 일이 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측근심기 논란이 많았지만 비난의 화살만 잠시 피하면 유야무야 넘어갔다. 제가 도지사 권한을 내려놓고 도입한 인사청문회가 이왕이면 건전한 검증기회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크고 작은 성취나 실패를 겪으면서 검증을 거친 사람은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도민의 편에서 일을 할 것이라고 본다.

인사청문회 개선방안은

내정자가 제출한 내용만 갖고 인사위원회가 강도 높게 검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청와대 정도의 인사검증시스템만 갖춰져도 상당한 수준의 사전 검증이 가능하다. 도덕적 검증을 위한 범죄사실 여부, 재산상황 등을 꼼꼼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자료제출을 받는 것이 가능한 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의뢰해 가능하면 적극 반영하겠다.

공정하고 능력 있는 인사 중용을 위한 방안은

저는 누구 말을 맹목적으로 듣는 사람이 아니다. 이 쪽 저 쪽 크로스체크를 한다. 기관장 등 외부 개방형 직위 뿐 아니라 공직 내부 인사도 마찬가지다. 예단하지 않고 일과 능력 중심의 인재를 등용할 생각이다. 특히, 적재적소형 탕평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성향을 가리지 않고 중용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감사위원회를 완전독립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가

도민과의 약속이다. 행정에 대한 공정한 검증과 견제를 위해 감사위원회 독립은 필요하다고 본다. 새해 전문기관 용역을 거쳐 법령개정 등을 추진하겠다. 예정대로 간다면 2017년이 될 것이다.

강정문제 해결 방안은?

속도 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진상조사 등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기본적인 합의는 이뤄져가는 단계다. 훗날 돌아볼 때 서로가 노력해서 후대에도 모범이 되고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겠다. 강정마을의 뜻은 최대한 수용하면서 진상조사에 차질 없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하겠다.

해군관사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데?

현재 강정마을 해군관사를 기지 외부에 지으라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해결이 잘될 것으로 본다. 해군측은 기혼자 숙소 320가구는 외부에 짓기로 했고, 72가구는 기지내부에 두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실무진에서는 받아들였는데, 해군 강경파에서 ‘원희룡이 관사 못 짓게 한다’고 들고 일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군 측에 마을과 불필요한 갈등은 유발하지 말고, 다른 주변의 대규모 공동주택단지내 아파트를 매입하든지 새로 신축하든지 하는 대안을 갖고 합리적으로 풀어가자고 입장을 좁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