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20억 요구설' 파문 실체는?

2014-12-24 02:19
23일 박정하 부지사 "구성지 의장이 20억 요구했다"
구 의장 "20억 요구한 적 없다"…법적 대응 검토
'20억 요구설' 도와 의회간 부동의, 부결 싸움으로

▲박정하 정무부지사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도와 의회간 의원사업비(의원재량사업비) ‘20억원 요구설’을 놓고 서로 곪았던 게 결국 터져 나왔다.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23일 오전 속개된 제325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차회의에서 도의회 20억원 요구설과 관련 “구성지 의장이 2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희현 의원은 “누가 20억원을 요구했느냐”고 맞섰고 이에 박 부지사는 “지난 9월께 구성지 의장에게 들었고 이후 10월 중순까지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위해 서로 노력했지만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구성지 의장 “20억 요구한 적 없다”…법적 대응 검토

구성지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의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억 원 요구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구 의장은 “20억원을 요구했다는 박 부지사의 발언은 명백한 거짓말” 이라며 “억울하다. (박 부지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구 의장은 이어 “도정 집행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러는건지 모르겠다. 저를 의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는 건지 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며 “도지사가 약속한 공약사업비 10억원은 별도로 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공약사업비까지 포함한 20억설을 퍼트렸다”고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구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20억원은 의원들의 공약사업비 10억원과 의원재량사업비 10억원을 합한 금액이라는 것.

제주도, 20억 요구설의 정확한 실체는 이렇다!

이어 이날 오후 3시 박 부지사는 박영부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억 요구설의 정확한 실체를 밝힌다”며 내막을 공개한다고 나섰다.

박영부 실장은 먼저 “앞서 구 의장이 20억 요구설의 내용을 공개했고 그 때문에 의원들도 명확한 사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며 “저 역시 더 이상 사실을 숨기는 것은 도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모든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실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께 구 의장이 박 부지사와 함께 의장 집무실로 불러 내년 예산안에 지금까지 관행을 바꿔 원만한 예산 의결이 되도록 “의원 1인당 20억원을 배정해줄 것을 제안했다”며 20억 요구설의 실체가 사실임을 밝혔다.

20억원 중 10억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배정되던 의원재량사업비 3억3000만원을 상향해달라는 것이었고, 나머지 10억원은 의원들이 선거과정에서 지역에 공약한 사업비 또는 주민요구사업비 명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이런 사실은 이미 구 의장님을 통해 공개된 것” 이라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구 의장은 도지사가 먼저 공약사업비 배정을 약속했던 것처럼 표현하셨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못박았다.

이어 “도지사는 의원들의 공약도 중요하니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업들은 수용하겠다는 것이었지 10억이라는 돈을 일률적으로 배정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오히려 지사가 말도 안되는 소리” 라며 “타당한 공약사업이라면 돈이 그 이상 들더라도 반영할 수 있지만, 의원 한 명당 일정액을 배정하여 의원이 마음대로 쓰던 소위 재량사업비는 과감히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어 “이후 구 의장을 만나 제안한 20억중 10억은 공약사업비로 하되 재량사업비는 10억원이 아니라 5억원으로 낮추자고 제안했으나 의장이 의원당 재량사업비 8억과 공약사업비 7억 등 모두 15억을 수정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지사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의원재량사업비 놓고 벌어진 “20억원 요구설”…결국 부동의-부결 싸움으로 

의원재량사업비는 과거 도가 의원들이 자유롭게 집행할 수 있도록 책정해 준 예산을 말한다. 지난 2011년에 이르러 3억3000만원 규모까지 편성돼 오던 이 예산은 감사원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2012년에 폐지됐다.

모 의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새누리당 도의원과 당선인이 가진 연찬회에서 도에서 도지사 공약사업비는 편성하고 있으나 도의원들이 출마하면서 제시한 공약사업을 이행하기 위한 사업비는 없기 때문에 당시 도의원들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공약사업비 10억원 배정을 제안했다는 것.

이에 원 당선인은 “흔쾌히 수용하겠다”고 답변하고는 이제와 딴소리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약사업비도 여야의원 구분없이 똑같이 배정해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내년 예산안 편성이 다가오자 도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재 관행적으로 배정해주고 있는 의원재량사업비 3억3000만원에다 6억7000원을 추가해 줄 것을 도에 요구했다. 이에 도는 의원사업비 3억3000만원에다 1억7000만원을 추가해 5억원을 편성해 주겠다고 답변해 왔으며 1억7000만원 이상 증액 편성하는 것도 어렵다고 못박았다.

도와 의회가 의원재량사업비 폭을 놓고 한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도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 9월 24일 의원사업비 문제는 서로 고개를 돌리며 모두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의회는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지역 숙원· 민원사업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가 편성한 일부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는 다른 사업예산으로 증액, 편성했다. 

이후 도는 이와 같은 예산안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밝혔고, 의회는 또 예산안에 ‘부결’처리로 맞서면서 내년 예산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한편 ‘20억 요구설’과 관련해서는 원 지사가 최근 모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의원들이 내년 예산에 1인당 20억원을 요구했다”고 언급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