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포스트]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과 블라인드 앱, 그리고 카카오톡
2014-12-12 15:03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끊임없는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한공 등기이사, 대한한공 계열사 대표이사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라면 상무’와 쌍벽을 이루는 ‘갑질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 부사장의 ‘땅콩 회항’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이번 ‘땅콩 회항’ 사건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익명 보장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 앱’입니다.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욕설이 처음으로 외부에 유출된 게 바로 이 블라인드 앱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직원들의 블라인드 앱 및 카카오톡 사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내부 정보 유출을 우려한 움직임이라는 하는데, 그보다는 직원들의 ‘입단속’을 하겠다는 의지가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블라인드 앱과 카카오톡을 막는다고 기업의 치부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번 ‘땅콩 회항’ 사건 역시 ‘올 것이 왔다’라는 내부 반응이 말해주듯, 진작부터 바로잡아야 했던 ‘고질병’이 끝내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온 형국입니다. 블라인드 앱이 ‘원인’이고 카카오톡이 ‘책임’이라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건강한 기업, 아니 적어도 상식적인 기업은 블라인드 앱이 있든 없든, 사내 단톡방이 수십개에 이르든 말든 그것이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블라인드 앱과 카카오톡은 모두 소통이 한 방식이기 때문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 소통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받아들이는가 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