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못넘은 5대그룹] 중국ㆍ일본 철강사 맹추격… 포스코 솔루션 마케팅 '분전'

2014-12-14 07:20

[세계철강협회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철강산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1997년부터 중국진출을 본격 진행해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사업이 채 펴보기도 전에 질적 고도화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철강사와 엔저로 무장한 일본 철강업체들에게 오히려 쫓기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코는 1997년 중국 장쑤사강집단과 장자강포항불수강(ZPSS)을 공동 설립했다. ZPSS는 1999년과 2003년 각각 1, 2기 스테인리스(STS) 냉연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2011년에는 연간생산 20만t 규모의 냉연 설비를 증설해 STS 일관생산 100만t 체제를 완성했다.

또 지난해 4월 중국 광둥성에 연산 45만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공장(CGL)을 준공한 포스코는 생산된 아연도금강판과 아연도금합금강판을 현대·기아자동차, 도요타, 혼다, 닛산,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 등에 판매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 이후 ‘월드프리미엄 제품’ 확대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솔루션 마케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특히 침체에 빠진 철강경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여왔지만 현재 글로벌 철강시장은 포스코에 있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배경으로는 중국 철강업체가 막대한 생산량을 바탕으로 여전히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3년도 중국의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은 22.9%에서 지난해에는 2배가 넘는 48.5%로 성장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8%에서 4.1%로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또 최근 중국 철강업체들은 기존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막대한 R&D(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며 기술격차를 줄여오고 있고, 고급강에까지 속속 진출하면서 포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철강협회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철강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중은 2012년 1.54%로 12차 5개년 경제계획(12.5규획)에서 제시한 목표치인 1.5%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R&D 비중 확대는 2009년 1.2%에서 2011년 1.57%를 기록하는 등 이미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가 빠르게 진행됐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 철강업체는 생산량 뿐 아니라 품질면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중국의 국영 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은 한국의 GNS와 경기도에 자동차용 강판 가공공장을 준공하고 한국GM에 자동차용 냉연 강판을 납품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자동차용 강판을 7대 고부가가치 전략 상품 중 하나로 선정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포스코의 차 강판 판매량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이는 중국업체 이외에도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철강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일철주금을 필두로 JFE스틸, 고베제강 등 일본의 3대 철강사는 아시아지역 자동차 강판 생산능력을 오는 2017년까지 1100만t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베제강은 안산강철집단과 합작을 통해 2016년 자동차 강판 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는 곧 포스코의 주력인 자동차강판 시장에서의 경쟁심화를 의미하며, 나아가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사업 실적악화가 우려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대제철에게 빼앗긴 국내시장 점유율을 해외에서 만회하려 하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면서 “현대제철은 내수에서 현대·기아차라는 견조한 수요처가 있으나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