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시민단체 “’보은인사’ 성상철 이사장 임명 철회해야”

2014-12-02 14:37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 첫 출근한 성상철 신임 이사장이 공단 노조의 저지로 정상적인 출근을 못하고 있다.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야당과 시민단체는 2일 전날 기습적으로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병원계 이익단체인 대한병원협회장으로 활동했던 성 이사장의 이력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건보공단 책임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적인 인연을 제시하며 ‘보은인사’ 문제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은 “성 이사장은 서울대병원장을 거쳐 현재 박정히 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고, 더욱이 병협회장 출신으로 대형병원의 이익을 챙기기고자 노력해온 인물”이라며 “그의 임명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노동부 장관에 임명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맹비난했다.

새정연은 “건보공단 이사장은 국민을 대표해 의료계와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협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가 과연 제대로 된 협상을 해내고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줄 수 있겠냐”며 “정부는 성 이사장의 임명을 철해하고 신임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으로 구성된 건강보험가입자포럼도 임명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매년 수십조원의 건강보험료를 의료계에 지급하는 건보공단의 수장에 성 이사장을 임명한 것은 국민 대신에 보험료를 관리해야 할 건보공단의 기본적인 역할을 망각한 국민을 우롱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또 “성 이사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한 과거 이력으로 인해 청와대 개입설이 제기된 인물”이라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청와대의 인사 강행은 조직 갈등과 파행을 야기해 건강보험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성 이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성 이사장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독막로 건보공단 본부로 출근했지만 노조에 저지당했다.

노조는 “의료민영화 신봉자 성상철을 임명한 것은 건강보험 민영화를 위한 선택”이라며 “형식적인 임명은 됐지만 결코 공단 이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출근 저지에 나설 뜻을 밝혔다.

앞서 후보 추천 단계부터 성 이사장의 선임을 반대해온 건보공단 노조는 전날 오후 2시 공단 본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취임식도 무산시켰다. 이에 공단은 오후 4시 30분경 6층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노조원의 출입을 막은 채 기습적으로 취임식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