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의 엔터생각] 앞치마 두른 남자들…예능은 지금 '요리 전쟁' 중
2014-11-28 08:00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육아 예능, 외국인 예능에 이어 이번에는 요리 예능이 대세다. 단순한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에서 '쿡방'(요리를 의미하는 cook과 방송의 합성어)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하나같이 남자들에게 앞치마를 건네고 '특별한' 요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tvN '삼시세끼', 올리브 '오늘 뭐 먹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에브리원 '100인의 선택-최고라면'은 남자들이 주축이 돼 요리에 힘을 쏟고 있다. 여자 출연자가 등장해 방송에 감칠맛을 더하기는 하지만, 주축은 역시 남자다.
최근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은 역시 '삼시세끼'다. 나영석PD와 이서진, 옥택연의 호흡은 시청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맛있는 예능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삼시세끼' 제작발표회에서 나PD는 "'꽃보다 할배'에서 '요리왕 서지니'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요리를 하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건 할아버지들에게 온전한 한 끼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요리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맛잇는 음식이 나오진 않는다. 대신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서 마음을 담아 음식을 대접하는 것만큼은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늘 뭐 먹지'는 신동엽, 성시경이 나서 매회 시청자가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를 공개한다. '생활 밀착형 집밥 레시피 쇼'를 콘셉트로 한만큼 자신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의 대가를 통한 요리팁을 얻기도 한다.
지난 17일 첫 방송을 시작한 '냉장고를 부탁해' 역시 호평을 얻고 있다. 비루한 자취 냉장고 속 음식은 특급 셰프의 손을 만나 화려한 음식으로 재탄생됐다. 다방면의 요리 전문가들이 승리를 위해 치열한 대결을 펼쳤고, 시청자는 그 안에서 실용적인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맛집을 소개하는 '맛보는 음식'에서 '해보는 음식'으로 요리프로그램을 변화시켰다. 이들 프로그램은 공개된 음식의 레시피를 자세히 알려줘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요리법을 공유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비싼 요리나 어려운 레시피는 잠시 내려두고, 우리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근사한 한 끼를 만든다. 시청자가 '오늘 저녁엔 저걸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동안 요리에 관심이 없는, 서툰 남자가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 것도 시청자가 시행착오 과정에서 웃음을 얻고, 요리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화려한 레스토랑의 음식보다 집밥에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에서도 밖에서 먹는 음식과 같은 맛과 멋을 프로그램에 녹인 게 시청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남자 MC들의 서툰 재료 손질에서 묘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