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3법에 가려진 김영란법, 연내 처리 ‘암초’ 수두룩

2014-11-13 12:23
3대 쟁점사항 반대 목소리 커…여당, 민원해결 위한 ‘로비스트 합법화’ 추진

여야는 기본적으로 김영란법 제정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밝혀왔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최근 시정연설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논의에 진척이 없다. 우선 여야가 그간 세월호3법에 집중해왔고 법안 통과 직후인 지난 3일부터 법정시한인 오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주력하느라, 김영란법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참석한 피감기관 수장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부터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목표로 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여야는 지난 9월30일 세월호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등 이른바 ‘세월호3법’의 연내 처리는 합의했지만, 김영란법은 포함시키지 않고 사실상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야는 기본적으로 김영란법 제정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밝혀왔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최근 시정연설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논의에 진척이 없다.

우선 여야가 그간 세월호3법에 집중해왔고 법안 통과 직후인 지난 3일부터 법정시한인 오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주력하느라, 김영란법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김영란법 논의의 주체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하고 6개월째 표류한 것도 문제다. 소위를 쪼개서 복수로 두자는 쟁점을 놓고 여당 반대, 야당 찬성으로 팽팽히 대립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무위는 다음 주중 법안소위를 구성해 최우선적으로 김영란법 논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쟁점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영란법에서 크게 3가지로 꼽히는 주요 쟁점은 △법의 적용 범위 △금품수수 처벌 기준(직무 관련성) △부정청탁 기준 등이다.

우선 법의 적용 범위의 경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는 적용 대상이 공직자(공무원,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등 약 154만명)로 규정돼 있다. 반면 올 초 정무위 법안소위 합의대로 사립학교·유치원 및 민간 언론사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면 약 215만명으로 늘어난다. 간접 규제 대상인 가족까지 포함하면 최대 2510만명(가족 수 10명 추산)에 이른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가 공직 부패 척결인 만큼, 직접 관련이 없는 민간기관은 배제해야 한다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금품수수 처벌기준의 경우, 당초 이 법의 주인공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012년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을 포함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직무와 상관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예고했다. 올 초 정무위 법안소위도에서도 김영란법의 원안대로 처벌 기준에 합의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직무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수수까지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금액을 적시하지 않고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공직자를 대상으로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부정청탁의 금지 기준의 경우, 국민의 청원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이다. 특히 이해당사자들의 순수한 민원 제기를 부정청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이해당사자에 의한 청탁까지 '부정청탁'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게 되면 국민들은 공직자들에게 민원조차 낼 수 없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로 인해 여권에서는 김영란법과 연계해 부정청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로비스트 합법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13일 부정청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로비스트 합법화를 위한 간담회를 비공개로 연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이 '김영란법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조승민 연세대 객원교수가 '로비활동 제도화를 위한 방안'을 발제한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만만찮아 실제로 로비스트 합법화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김영란법과 로비스트의 합법화 논의를 패키지로 묶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현재 우리사회의 정치권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로비스트 합법화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Tip. 김영란법이란 = 김영란법의 공식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이다. 첫 여성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012년 8월 공직자 비리 근절을 위해 입법예고를 하며 공론화 됐고, 별칭으로 법안명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금품 수수와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특히 공무원이 직무와 연관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