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힘내라 기업들]현대중공업, 최대 규모 ‘기숙사’ 시설, 입숙률 100%

2014-11-17 09:31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00여명의 직원들과 하루종일 조선소에서 일하고 숙소에 돌아오면 피곤에 곧장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중공업 초창기 울산 조선소 건설과, 처음으로 따낸 선박을 건조했을 때인 1970년대 초반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울산으로 모여든 기능공들을 위해 정 명예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 두 가지는 훈련원(기술교육원의 전신)과 기숙사였다. 기술교육원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입숙률 100%에 달하는 기숙사를 건설·운영하고 있다.규모와 환경에 있어 타 사업장을 압도하는 기숙사 시설에 투자를 하는 배경은 홀로 타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생활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한 창업자의 뜻에서 비롯됐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율전관, 전하관, 삼전관, 화암관 등 총 9개동의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율전관은 1974년에 완공한 첫 기숙사로, 40여년간 직원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
 

1974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처음 건립됐던 기숙사 ‘율전관’이 40년의 역사를 마치고 철거되고 있다.[.]


호텔현대 뒤편에 있는 녹수관은 율전관에 이어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녹수관은 1977년 1~3동이, 1978년 4, 5동이 건축되었는데, 지난 2008년에 3동, 2011년에 4, 5동이 철거되어 현재는 1동과 2동만 남아 있다. 녹수관은 각 생활실에 화장실이 설치된 최초의 기숙사이기도 했다. 그 이전의 기숙사들은 생활실에 화장실이 없어 공동화장실을 사용했다.

현대중공업 기숙사는 1996년 전하관이 완공되면서 현대적 시설을 갖춘 기숙사 시대를 열었다.

전하관은 노래방과 당구장, 탁구장, 체력단련실, 독서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해 기숙인들이 기숙사 내에서 충분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노래방은 큰 호응을 얻어 기숙인들이 퇴근을 서두르기도 했다.

전하관 이후에 새로 지은 삼전관(2002년)은 단일 기숙사로 가장 많은 430개의 호실 규모이며, 화암관 1, 2동(2008년, 2013년) 등이 차례로 건설됐다. 삼전관과 화암관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기숙인들의 요구를 반영해 생활실의 면적을 넓히고 새로운 편의시설을 갖추는 등 시설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삼전관은 홈시어터 시설을 설치했고, 화암관은 풋살장과 시청각실을 갖추고 있다. 화암관의 풋살장은 지금도 이용자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기숙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6년 1월 개소 예정으로 건설중인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기숙사 ‘신율전관’ 조감도


한편, 현대중공업은 노후화 한 기존 율전관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신율전관’을 건설하고 있다. 부지 면적 9685㎡(2930평), 건물 연면적 3만8840㎡(1만1750평)으로, 지상 15층, 지하 3층 규모에 720개의 생활실을 갖출 예정이며, 오는 2016년 1월 개소한다.

신율전관은 모든 생활실이 1인실로 지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동안 많은 기숙인들이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인실을 희망해 왔지만, 여러 여건상 2인실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신율전관의 모든 생활실을 1인실로 건축하기로 했다. 또, 신축 기숙사답게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기숙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풋살경기장과 체력단련실, 당구장이 설치되고, 잔디광장도 만들어 기숙인들이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숙인 대비 64%에 이르는 460여대 규모의 충분한 주차공간과 240석 규모의 식당도 갖출 예정이다.

신율전관이 완공되면 720개의 호실로 삼전관을 넘어서 가장 많은 호실을 갖춘 기숙사가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기숙사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신세대 미혼사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주거 및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기숙사 운영과 신축 등에 기숙인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기숙사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